[과학읽기]<존재의 역사> 4장 5장
“좁게 보면 원인이 있고, 넓게 보면 원인을 모른다”
아주 큰 세계도, 아주 작은 세계도 인간에게는 미지의 영역이다. 인간이 가늠할 수 있는 세계는 생각보다 좁고 적다. 대신에 인간에게는 상상력이라는 것이 있어서 아주 광활한 우주와 아주 작은 입자에 대한 ‘관념’을 만들 수 있다. 그것이 사실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확인할 수는 없다. 관념은 인간이 그 모든 영역을 섭렵할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과학을 조금만 읽어보아도 인간이 섭렵할 수 있는 영역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지금 내가 여기 이렇게 존재하는 이유를 몇 백억 광년과 수만 나노 단위에서 찾아야 한다면 인류가 멸종할 때까지 찾아지지 않을 것이다. 물론 무한히 확장 가능한 관념의 세계에서라면 가능하다. 신의 뜻일 수도 있고, 다중 세계의 한 섹터라고 할 수도 있다. 존재의 이유는 인간이 섭렵 가능한 몇십 년과 수만 킬로미터 사이에서 찾아야 한다. 탄생과 성장과 소멸과 죽음의 과정이 모두 이 영역 안에 있다. 그 조차도 버겁다면 바로 지금 이 순간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 내가 마주한 모든 것들은 몇 백억 광년과 수만 나노 단위 사건들의 결과다. 우리는 매 순간 존재의 이유와 결과를 동시에 접속하고 있다. 이렇게 과학적으로 존재의 원인을 탐구하는 과정이 ‘관념적’일 수밖에 없다는 아이러니를 마주한다. 마주하는 현실은 과학이지만 거기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관념’이다.
이번 장에서는 관측 가능한 우주에서부터 우리 은하, 태양계, 지구의 생성까지를 다루고, 다음 장에서는 지구에 생명이 싹트는 조건과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다뤘다. 생명이 싹트고 자가 복제를 이룬 후 번성하는 단계까지 나온다. 광대한 이야기라 모두 요약과 모두 생략 중에서 모두 생략 전략을 택한다. 유독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라는 문장이 많이 나오기 때문이다. “모두 생략된” 수많은 사실들이 지금 우리를 존재케 한다는 사실만은 명확하지만, 인간이 섭렵할 수 있는 영역이 의외로 좁다는 점을 상기하자 . 우리가 존재하기 까지 "사실 퍼즐"을 맞추기 위한 수많은 가설들이 존재했고 과학자들은 지금도 퍼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확인할 길이 요원하고 복잡하고 어렵다는 사실에 공감한다. 바로 코앞에 놓인 현실조차 통제 불가능한 상황에서 몇 백억 광년과 수만 나노 단위를 다루는 이야기라니. 과학으로 세상을 읽는 일은 의외로 몽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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