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중국인문] 국가는 노동자의 편이 아니다2024-03-25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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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이 알아야 할 현대 중국의 모든 것5장 덩샤오핑과 개혁·개방, 6장 톈안먼 항쟁과 그 유산, 7장 중국의 급성장과 미국 패권 위협

 

이제 굶주리는 마오쩌둥의 시대가 끝나고 덩샤오핑이 추진하는 개혁·개방의 시대가 왔다. 저자는 덩샤오핑이, 동유럽의 다른 국가들처럼 뒤처진 중국경제를 시장 지향적 국가자본주의로 전환하려 했다고 말한다. 저자의 설명에 따르면, 당시 중국의 지배 관료들은 중국경제가 뒤처진 이유를 마오쩌둥에게서 찾았다. 다행히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은 일부 성공을 거두었고, 그 원인은 대부분 세계 정세가 중국에 유리했던 탓이다.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곰곰이 따져보면 허점이 많은 설명이다. 마오쩌둥 시대의 경제문제는 마오쩌둥의 정책 실패가 원인이고, 덩샤오핑 시대의 경제성장은 세계 정세의 유리함이 원인이라니. 저자는 진정한 사회주의를 구현하지 않은 마오쩌둥을 비난하면서 동시에 마오쩌둥이 원치 않던 개혁·개방을 추진한 덩샤오핑 역시 비난한다. 덩샤오핑 역시 진정한 사회주의를 구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왜 사회주의니 민주주의니 하는, 이데올로기에 불과한 관념을 현실 세계에 엄격해야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지 알 수 없어 한숨이 나올 지경이다. 인민공사 해체 후 농가생산책임제가 시행되고, 국영기업을 민간에 위탁하며, 주요 산업은 국가가 관리하는 형태의 중국 경제 개혁 모델은 우리에게 낯설지가 않다. 바로 우리나라도 유사하게 겪었거나, 현재도 유지하고 있는 경제 모델이기 때문이다.

 

이런 모델은 이미 공산주의나 자본주의를 넘어 여러 국가가 자국 경제를 육성하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채택하고 있는 경제 모델이다. 그만큼 그 모델의 효율성이 증명되었고, 동시에 부작용 역시 피하기 어렵다. 이 책에서 저자가 지적하는 빈부 격차를 포함한 불평등의 확대나 노동력 착취 등의 문제가 바로 그런 부작용에 해당한다. 저자는 이 부작용의 원인을 중국 정부의 정책 실패나 결함에서 찾는다.

 

이런 시각에는 문제가 없을까? 세계 제제의 문제를 한 정권의 정책 실패에서 찾고, 한 정권의 정책 실패는 세계 체제와 무관하게 보는 시각은 그 자체로 모순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 중요한 점을 보지 못하게 만든다. 바로 전 세계의 노동과 노동자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한 국가의 노동자는 전 세계의 노동자와 연결되어 있다. 그들은 서로 혹은 일방이 착취할 수 있으며, 저자와 같은 시각은 그 착취를 감출 수 있다.

 

전 세계의 노동자가 서로 착취할 수 있다는 말은 경제적인 연결을 강조하는 말이다. 물론 이들은 정치·사회·문화적으로도 연결되어 있다. 1980년대 한국이나 대만 등 아시아 신흥 공업국들은 대부분 국가 내부에서 격렬한 민주화 요구와 이로 인한 정치적 변화를 겪었다. 한 국가 내부에서 일어난 일들이지만, 과연 이 일들이 서로 무관했을까? 또 이 일들과 1989년 중국 천안문에서 벌어진 저항들은 아무 관련이 없었을까?

 

저자는 미국이나 중국을 신뢰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노동자가 제국을 지지하지 않는 일은 당연히 중요하다. 그러나 노동자는 단지 제국의 노예만이 아니며, 자신이 소속된 국가의 노예이기도 하다. 한 국가의 벽 안에서 세계를 바라보는 한에서 노동자는 자신이 다른 국가의 노동자를 착취한다거나 그들과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쉬이 잊어버린다. 무엇보다 어떤 국가도 노동자의 편이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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