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읽기] 존재의 역사 2장 이토록 작은 세계/3장 화학적 이끌림
2장 이토록 작은 세계
모든 것의 시작 물리학은 우주가 왜 지금의 모습처럼 움직이는가를 설명하는 분야이다. 물리학은 네 가지 기본적인 힘의 원리 및 에너지와 물질의 관계, 입자가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하는 이유를 설명한다. 우리가 존재하려면 우주도 존재해야 한다. 우리 우주의 특성이 극히 일부만 달라졌어도 원자와 별, 행성은 물론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
지구에서 우리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우주의 범위는 일부에 불과하고, 과학자들은 이를 ‘관측 가능한 우주 observable universe’라고 한다. 거대한 우주가 움직이는 원리를 이해하려면 우리뿐 아니라 만물을 구성하는 미세한 입자들의 움직임과 입자 간 상호작용을 확인해야 한다. 상호작용, 바로 우주에 존재하는 기본 힘에 대한 이야기다.
바위나 자동차, 비행기, 소행성, 달, 태양계의 행성과 같이 큰 물체의 움직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이들 물체의 크기는 기본 입자보다 훨씬 크므로 ‘거시적 물체’라고 한다. 인간관계, 독서, 한 잔의 물까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겪는 모든 일들이 거시적이다.
입자의 지름은 수조분의 1mm에 불과하다. 기본 입자가 상호작용하는 공간인 미시 세계에서 입자는 거시 세계와 다른 움직임을 보여준다. 그 곳에서 입자는 한 지점에서 특정할 수 없으며, 움직임 또한 굉장히 기묘하다. 결과적으로 우리가 아는 현실과 기본 입자 수준에서의 현실은 같지 않다.
망원경의 발달로 우주의 크기가 일정하지 않고 팽창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역으로 말하면 우주에도 시작이 있고, 그 시작은 매우 작았다는 의미다. 우주의 모든 사물은 원자로 만들어졌다.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된다.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라는 더 작은 입자로 만들어졌다. 중성자와 양성자는 쿼크로 만들어진다. 쿼크들은 ‘강한 상호작용’이라는 힘으로 서로 뭉쳐 있다. 이 힘이 있기에 양성자와 중성자, 쿼크가 서로 결합할 수 있다. ‘약한 상호작용’은 특정 동위 원소 중 양성자와 중성자의 배치가 불안정하여, 양성자가 중성자로 변하거나 그 반대의 일이 일어날 때 작용하는 힘이다. 약한 상호작용이 없었다면 태양 에너지의 원천인 핵융합도 일어나지 않았다. 핵융합은 약한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태양에서 수소 동위 원소가 헬륨을 생성하며 막대한 에너지를 열과 빛의 형태로 만들어 낸다. 약한 상호 작용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생명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자들이 원자핵 주위에서 오비탈 궤도로 돌고 있는 것은 ‘전자기력’ 덕분이다. 전자기력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전자는 흩어져 버리고, 그러면 원자도 존재할 수 없다. 화학 반응이 일어날 때도 전자기력이 관여한다. 원자가 지닌 전자를 다른 원자와 공유하거나 교환하면서 분자가 형성된다.
마지막 힘은 중력이다. 중력은 우리를 지구에 붙잡아 두는 힘이자 물체끼리 서로 당기는 힘이다. 원자를 포함해 질량을 가진 대상이라면 함께 무리를 이루려는 성질이 있다. 달이 지구를 돌고, 지구가 태양을 돌고, 태양이 은하 중심을 도는 것도 모두 중력 덕분이다. 이상 네 가지 힘은 우리 우주가 움직이는 원리는 결정한다는 점에서 모든 생명체에게 중요하다. 결국 이들 힘을 이해하는 것이 우리 존재의 이유라는 내러티브에서 중요한 과정이다.
입자와 물질의 세계 힘이 미치는 범위는 강한 상호작용에서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력, 중력 순서로 커진다. 강한 상호작용과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력은 쿼크와 전자가 서로 ‘매개 입자’라는 물질을 끊임없이 교환한다는 점에서 작용 원리는 비슷하다. 강한 상호작용의 매개 입자는 ‘글루온’, 약한 상호작용은 ‘보손’이라고 부르면, 전자기력의 경우 ‘광자’라고 한다. 과학자들은 중력도 매개 입자를 통해 작용한다고 추정하지만 해당 물질은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이 가상의 입자는 ‘중력자’라고 부르고 있다.
현재까지 과학자들이 정립한 표준 모형의 기본 입자는 총 17개이다. 표준 모형은 하나의 방정식으로 우아하게 나타낼 수는 없지만, 과학의 놀라운 성과임은 부정할 수 없다. 표준모형은 입자가 전자기력,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을 통해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정확하게 예측한다. 여기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힉스 입자이다. 힉스 입자가 없다면 어떤 입자도 질량을 가질 수 없고 별도 행성도 우리도 존재할 수 없다. 힉스 입자의 관측은 결코 쉽지 않았다. 힉스 입자를 관측하려면 초기 우주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야 하고, 이 과정에서 막대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들을 찾기 위해 세계에서 가장 큰 실험 장비, 대형 강입자 가속기를 만들었다.
중력의 실체 표준모형으로 네 가지 기본 힘 중 세 가지는 설명이 되지만 중력이 빠져 있다. 그래서 중력에 대한 지식과 표준 모형의 연결은 현대 물리학이 당면한 중대한 과제이다. 중력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이론은 아인슈타인의 일반 상대성 이론과 특수 상대성 이론이다. 중력은 시간과 공간을 왜곡시킨다. 사물의 질량이 클수록 증력도 커진다.
과학자들은 은하계의 중력을 탐구하다 ‘암흑 물질’을 만났다. 은하의 너무 빠르게 돌고 있기 때문에 은하계 가장자리를 도는 항성계는 우주 밖으로 튕겨 나가야 정상이다. 학자들은 강한 상호작용, 약한 상호작용, 전자기력으로 다른 입자와 상호작용하지 않는 입자가 존재한다는 가설을 세우게 된다. 바로 ‘암흑물질’이다. 암흑물질의 상호작용 대상은 오직 중력 뿐이다. 우주가 빠르게 확장하고 있고 그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 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암흑 에너지’다. 추정치에 따르면 우주의 5%는 우리가 관측 가능한 에너지와 물질이고, 암흑물질은 27%, 암흑 에너지는 68%를 차지한다.
표준 모형은 기본 상호작용 가운데 세 가지가 상호작용하는 원리를 과학자들이 하나의 이론으로 통합하여 설명한 것이다. 네 번째 힘이 중력을 설명하는 이론은 따로 있으나, 두 이론의 통합은 수학적으로 상당히 어렵다. 중력이 시공간을 왜곡할 때 표준모형은 힘을 잃기 때문이다. 또한 표준 모형의 발달에 기여한 수학적 기법으로는 중력까지 포괄하기는 어렵다. 끈 이론, M 이론, 루프 양자 중력 이론 등 세 가지 힘과 중력을 통합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으나 이들 이론이 예측하는 내용을 검증할 방법이 없다. --->일정 규모를 설명하는 이론은 가능할 수도 있으나 우주 전체를 설명할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론’이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우주의 역사 137억 7,000만 년 전 엄청난 에너지를 지니며 매우 뜨겁고 밀도가 높은 특이점이 만들어졌다. 이후 우주가 팽창하고 온도가 낮아지기 시작했으며, 이 과정은 오늘날에도 계속되고 있다. 눈을 깜빡이는 시간보다 더 짧은 순간에 우주가 나이를 먹으면서 네 가지 기본 상호작용이 등장했고, 에너지는 기본 입자의 형태인 물질로 전환되었다.
에너지와 물질의 관계는 우주의 기능 뿐 아니라 우리에게도 중요하다. 곧이어 쿼크가 양성자와 중성자를 형성하기 시작했고 그 뒤 가장 가벼운 원소의 핵도 만들어졌다. 우주의 온도가 점차 내려감에 따라 핵과 전자의 결합으로 최초의 원자가 탄생했다. 이들 원자가 모여 최초의 별을 형성했으며 그 일부는 강한 열을 내기도 하였다. 나아가 더 무거운 원소가 생성되었고, 이들 원소의 결합으로 현재 우리가 사는 태양계와 태양이 만들어졌다.
제3장 화학적 이끌림 반물질, 그리고 화학 반응 우주의 탄생 직후 물질과 반물질 입자가 함께 만들어졌다. 우주에서 반물질은 희귀하다. 반물질 입자가 생성되더라도 바로 물질 입자와 충돌하면서 소멸하기 때문이다. 물질과 반물질의 충돌은 막대한 에너지를 생성한다. 우주가 지금까지 존재한다는 말은 물질이 반물질보다 조금 더 많았다는 의미다. 물질과 반물질이 동일한 양만큼 생성되었다면 우리는 존재할 수 없다.
화학반응은 물질과 반물질의 소멸과 무관하다. 화학반응은 전자기력에 의해 일어난다. 전자기력은 작은 분자끼리의 간단한 상호작용부터 세포 내 복잡한 분자의 기능을 멈추는 약물 작용에 이르기까지 모든 화학 반응의 원동력이 된다. 화학 물질마다 반응성에 차이가 있다. 불안정한 분자는 화학 반응을 쉽게 일으키고 안정적인 분자는 다른 물질과의 반응이 잘 일어나지 않는다. 안정적인 분자와 불안정한 분자의 차이는 주기율표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소와 분자의 발견 화학자들은 원소를 주기율표에 정리했다. 주기율표에서는 리튬과 나트륨 등의 금속을 왼쪽에, 염소와 산소를 비롯한 비금속을 오른쪽에 배치하여 금속과 비금속을 구분했다. 금속은 다른 원자와 반응 시 전자를 내주려는 반면, 비금속 원소는 전자를 받으려고 한다. 주기율표 중앙에 있는 원소의 경우 전자를 공유하려는 경향이 있다.
1859년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 등장과 더불어 원소 간 결합으로 새로운 화합물을 만드는 이론이 대두했다. 원자 간 화학적 결합을 연구가 진행되면서 1897년 톰슨은 방사능 연구를 토대로 전자를 발견했다. 20세기 전반에는 양자역학이 태동하고 이후 화학은 완숙기에 접어들었다.
모든 원소가 양성자와 전자로 구성되었음에도 각 원소마다 특징이 천차만별이다. 원소가 각자 다른 원자를 만났을 때의 반응성도 모두 다르다. --->> 우리의 몸은 그 자체로 화학의 복합체이다. 수백만 가지의 화학 반응이 매초 우리의 내부에서 일어나며, 이는 원자의 반응성이 커야 함을 전제로 한다. 만약 모든 원소가 헬륨이나 네온처럼 반응성이 없다면 생명체의 탄생은 절대 불가능했을 것이다.
원자의 수상한 움직임 소립자의 세계가 기묘한 이유는 광자나 전자, 원자, 그 외 더 작은 입자들이 입자인 동시에 파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우리의 몸은 늘 한 가지 상태만 존재하므로, 두 가지 상태가 공존한다는 말이 언뜻 와 닿지는 않을 것이다. 과학자들은 ‘이중 슬릿 실험’을 통해 ‘원자는 두 장소에 동시에 존재할 수 있다’고 결론을 내렸다.
원자뿐 아니라 어느 물체라도 고유의 파동을 지닌다. 각 파동은 파동 함수라는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파동 함수는 물체가 존재할 수 있는 모든 장소와 입자가 파동의 일부일 확률을 나타낸다. 매우 작은 파동을 가진 큰 물체는 늘 동일한 장소에 존재한다. 반대로 큰 파동을 가진 작은 물체는 존재할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하다.
원자의 파동은 입자의 위치를 특정하는 것이 아닌, 존재할 수 있는 장소를 모두 나타낸다고 봐야 한다. 입자는 위치나 운동 속도 등 측정 가능한 요소가 여럿 있다. 각 요소마다 관련 파동 함수를 지닌다. 입자마다 여러 파동 함수가 엮여 있는 셈이다. 입자가 있을 법한 위치와 관련된 정보가 많을수록 입자의 속도에 대한 정보는 줄어든다. 만약 입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속도에 관한 정보는 사라진다. 반대로 입자의 속도를 안다면 위치를 알 방법은 없다. 이를 ‘불확정성의 원리’라고 한다. 이렇게 확률을 근처로 설명하는 불확정성이 양자 세계의 기반이다.
화학 반응의 두 얼굴 원자는 에너지가 최대한 낮은 상태일 때 가장 안정적이다. 원자가 에너지를 얻으면서 전자 하나가 바깥쪽의 높은 에너지 준위로 밀려난다면 전자를 방출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안정적인 바닥상태로 돌아가려고 한다. 바닥상태로 돌아가면서 방출된 광자를 자외선 스펙트럼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소에서 생명까지 에너지를 원자로 바꾸는 우주의 원리가 물리학에 담겨 있다면, 화학에는 원소를 생명체로 바꾸는 우주의 원리가 담겨 있다. 생명체는 우주에 존재하는 수많은 원소 중 일부 원소만 선택적으로 받아들였다. 탄소는 지구상의 생명체에 필수적인 원소로, 우주 어딘가에 있을 다른 생명체에게도 마찬가지일 가능성이 높다. 우리 몸에 있는 탄소를 질량으로 환산하면 18.5%이다.
DNA 분자 하나는 수십억 개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DNA분자마다 세균, 식물, 진균, 동물 등 생물을 조립하는 유전 암호를 포함한다. DNA는 안정적이므로 다른 분자와 반응하여 원자 구조가 바뀌거나 하지는 않는다. 만약 DNA의 구조가 쉽게 바뀐다면 우리를 만들어 낸 자가조립 매뉴얼도 순식간에 사라질 것이다. 생명체를 구성하는 다른 분자 또한 상당히 안정적이다.
모든 화학 반응이 그렇듯, 생명체에서 일어나는 반응에도 활성화 에너지가 필요하다. 다른 물질과 쉽게 반응하는 분자는 매우 적은 활성화 에너지로도 반응이 일어난다. 이와 달리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하는 등의 일부 반응에는 더 많은 활성화 에너지를 요구한다. 일단 화학 반응이 시작되면 주변 환경에 에너지를 방출하거나 주변 환경에서 에너지를 흡수한다. 생명체는 발열 반응과 흡열 반응 모두 활용한다.
우리는 생명체 내에서 일어나는 여러 반응을 어떻게 조절하고 멈추는지 그 방법을 모두 알지 못한다. 또한 전자기력을 포함하여 자연의 네 가지 힘이 애초부터 왜 존재하는지 알지 못한다. 전자껍질이 지금처럼 원자에서 특정한 거리로 배치되도록 작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더 가깝거나 멀리 배치되지 않는가? 전자기력의 세기가 지금과 같은 현상을 보이는 것은 필연적인 결과일까, 아니면 우주의 생성 과정에서 우연히 일어난 일일까? 확인할 수 있는 건 한 가지뿐이다. 전자기력이 우리가 경험하는 화학의 원동력이며, 화학이 없다면 생명체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 이제 우리를 존재하게 하는 또 하나의 힘, 중력의 미스터리를 확인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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