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과학읽기] 우주 의식을 엿보다 <초월하는 뇌>1장2026-01-07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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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 1장 

 

우주 의식을 엿보다


얼마 전 수술 후 깨어날 때의 감각이 떠오른다. 뭔가 흩어졌던 조각들이 모여들더니 하나의 형상이 만들어졌다. 그리고는 회복실 천장이 보였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취 후유증으로 어질어질한 상태를 반나절 정도 보낸 후 침대에서 몸을 일으킬 수 있었다. 궁금해서 마취가 몸에 어떤 효과를 주는지 찾아보았다. 의식을 잠들게 만드는 마취약은 의식의 ‘조화’를 무너뜨리는 작용을 하고 있었다! 의식이 음악이라면 음을 흩트리고 조화로운 리듬을 깨뜨리는 것이다. 그렇게 조화가 무너졌을 때 의식은 사라진다. 일정 시간이 지나 약 효과가 약해지면 다시 예전의 리듬과 진동으로 돌아온다. ‘나’라는 의식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여기 몸이 있다’는 의식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어떤 특정한 약이 뇌에 미치는 효과는 각종 향정신성 의약품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1등급 통제 물질인 LSD가 처음 나왔을 때 실험 영상을 보면, 궁극의 합일의식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엿볼 수 있다. 실험자는 “안과 밖이 없고, 좋다 나쁘다가 없는 상태. 공기 분자 하나 하나까지 다 느껴지는 아름다운 상태”라고 표현한다. 의식의 리듬을 바꿔서 전혀 새로운 의식 상태를 만들어낸 것이다. 어쩌면 LSD는 인간의 뇌를 다른 어떤 것 내지는 더 큰 존재의 리듬과 연결시키는 작용을 할지도 모른다. 혹자는 이처럼 자기를 벗어난 더 큰 존재의 의식을 '우주 의식'이라 부르기도 한다. 


저자는 어렸을 적 경험한 유체이탈에 대해 이야기한다. “내가 내 몸 밖에서 나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짧은 순간 나는 내 삶, 그리고 지구 전체의 삶이 내가 존재하기 전의 무한한 시간과 그 이후의 무한한 시간 사이에 난 거대한 틈새로 잠깐 반짝이며 스쳐 지나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몸과 정신에서 자유로워진 나는 태양계, 심지어 은하계 너머로 끝없이 펼쳐진 거대한 공간에 떠 있었다.” 해방감과 두려움을 동시에 주는 이런 합일의 경험이 저자를 영적 유물론자로 만들었다. 저자는 과학자이기에 삶에서 경험하는 영성을 더 외면할 수 없었다. “나는 내가 나 자신보다 훨씬 거대한 무언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45p)


1장은 ‘비물질적 영혼에 대한 오래된 믿음’에 대해 말하고 있다. 저자는 갈릴레오와 뉴턴 이후의 시대를 산 모제스 멘델스존이 영혼에 대해 그간의 학자들과 다른 관점을 취했다는 부분에 주목했다. 과학이 더 발전한 지금의 관점으로 본다면 논리적 허점이 많지만 시대적 상황을 고려할 때 한층 진일보한 주장이었다. 


‘영혼’은 전통적으로 비가시성과 불변성, 불가분성 등의 특징을 갖고 있는 개념이다. 비물질적 존재인 영혼에 대한 역사적 논의들은 대부분 종교적 산물이다. 저 너머의 완벽한 세상에 대한 희구는 인간이 무엇을 욕망하는지 보여준다. 불멸에 대한 욕망, 완벽성과 순수성에 대한 갈망, 신과 연결되고 싶다는 욕망같은 것 말이다. 영혼은 신앙심 깊은 학자들의 다양한 개념들로 살집을 키워갔지만 논리적 과학적 근거는 빈약했다. 영혼이라는 개념은 믿음의 영역일 때 가장 안전한 자세를 취한다. 영혼이 아니라 의식이라는 현대적인 개념으로 나아갈 필요가 있다. 뇌과학으로 영혼의 정체를 밝힐 수 없지만 의식의 정체는 밝혀질지 모른다. 


과학자들은 ‘창발 현상’이라는 사건과 과정을 이해하게 됐다. 창발 현상이란 개개 부분에서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는 행동이 전체 복잡계에서는 드러나는 것을 말한다. 반딧불 무리가 반짝임을 동기화하는 것이 창발 현상의 좋은 사례다. 이와 마찬가지로 1000억개의 뉴런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뇌도 개개의 뉴런으로는 설명하거나 예측할 수 없는 온갖 종류의 놀라운 행동을 보여준다. 창발 현상이라는 개념은 순수하게 물질적인 세계가 어떻게 복잡한 인간의 경험과 양립할 수 있는지에 대한 단서를 제공한다.(13p) 


왜 그토록 많은 책에서 ‘조화로운’ 우주 의식에 대해 말하는지 궁금했었다. 뉴런의 전기적 화학적 작용의 결과물일 뿐인 의식을 왜 그렇게 웅대하게 확장시키는지 말이다. 그렇게 확장시켰을 때는 더 이상 자기 의식일 수 없을 텐데…. 그런데 그런 개개의 의식들이 모여 거대한 리듬을 만들어내는 창발 의식이 될 수는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이번 책을 통해 하게 됐다. 


의식이 몸을 떠나 자기 의식으로 존재하는 것은 가능할까? 자아를 가진 영혼이 영원히 살아갈 것이라는 종교적 환상은 죽음 이후에도 이어지는 자기 의식을 만들어낸다. 그러나 육체없는 의식은 피아의 구분이 불가능하다. 익숙한 물건들이 있는 익숙한 장소에서는 자기 의식이 분명하다. 그러나 우주에 덩그러니 떨어져 있다고 상상해 보라. 낯설고 광대한 공간에 있을 때 정신이 몽롱해지는 것처럼, 우주가 나인지, 내가 우주인지 구분이 안 될 것이다. 그때 자기 의식은 사라지고 우주 의식과 합일하게 된다. 하나의 군체처럼 우주 의식에는 안과 밖이 없고 좋다 나쁘다가 없다. 하나의 리듬으로, 조화로운 리듬으로 깜박인다. 우리는 마취약에서 깨어났을 때만, 육체를 경험하고 있을 때만 잠깐 자기 의식으로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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