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기

제목[과학읽기] 뉴런의 새로운 연결, 재조합이 필요한 이유 <초월하는 뇌>3장 2026-01-20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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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월하는 뇌>3장 


뉴런의 새로운 연결, 재조합이 필요한 이유


휘몰아친 AI의 시대가 이제 에이전트AI 시대로 넘어간다고 한다. 인간보다 월등한 관절 움직임을 장착한 피지컬 AI도 양산을 앞두고 있다. 로봇이 점차 인간과 비슷한 감정을 가지게 된다는 고전 영화의 스토리처럼 지금의 휴머노이드들도 의식을 가지게 되는 것일까. 이 책의 저자는 ‘가능하다’고 말한다. 물리적 구조가 비슷해 진다면 인간의 뇌가 의식의 창발을 이끌어낸 것처럼 로봇에게서도 의식의 출현이 가능하다는 것. 문제는 인간의 뇌 구조는 상상 이상의 복잡성을 지니고 있다는 부분이다. 그러나 최근에 뇌의 뉴런 중 일부만이 의식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에 의외로 쉽게 구조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다. 시대가 어느 방향으로 흐를지 종잡을 수가 없다.


뇌의 대부분이 무의식적인 행동에만 관여한다는 사실도 흥미롭다. 뜨거운 난로를 만졌을 때 피하는 반응이나 호흡과 삼키기처럼 특별한 주의없이도 가능한 행동에 뇌는 많은 부분을 할애한다. 아이가 자라서 특정한 행동을 몸에 익히고 나면, 그 행동에 관여하는 뇌세포는 매번 활성화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죽어버린다. 7-8세가 되었을 때 태어날 때 가지고 있던 뇌세포의 반이 사라지는 매커니즘이다. 새로운 것을 학습하여 뇌가 새로운 연결로 재조합되지 않으면, 계속 똑같은 행동과 똑같은 생각을 반복하게 되는 원리도 비슷하다. 


한 실험에서 한 가지에 집중하고 다른 것은 무시하라고 명령했을 때, 집중할 곳을 감지하는 뇌세포는 합창단처럼 움직이고, 무시해야 할 곳의 감지하는 뇌세포는 불협화음을 내듯 따로따로 움직였다. 무언가에 주의를 기울이는 상태에서는 세포 수준에서도 동기화가 이루어지는 것이다. 동기화된 전기 활성이 다른 잡음들을 배경으로 도드라져 나온다. 흐트러진 것들을 배경으로 드러나는 것, 우리가 최종적으로 감지하는 것들이다. 의식은 영혼이나 정신 등 추상적인 어떤 것으로 신비화할 필요가 없다. 의식은 주의를 기울이는 이와같은 경험에 인간이 붙인 이름에 불과할 수도 있다.


사람의 뇌에서 대뇌피질은 소뇌보다 뉴런의 숫자가 적지만 뉴런들 사이의 연결은 훨씬 많다. 대뇌피질의 뉴런들은 자기들 사이에서 상호작용과 되먹임 작용을 많이 한다. 의식의 출현에는 이 대뇌피질의 역할이 크다. 다른 표유류에 비해 인간의 대뇌피질이 빠르게 증가한 것과 문명의 발달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참거두돌고래는 인간보다 대뇌피질 뉴런이 많다. 그럼 왜 이 돌고래가 지구를 장악하지 못했을까? 과학자들은 아마도 환경을 조작하거나 역사를 기록할 수 있는 손이 없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물리체의 움직임, 특히 손과 같은 정교한 움직임이 의식의 출현과 뇌의 발달의 필요조건임을 나타낸다. 


물질적인 뇌 상태가 달라지면 의식 상태도 달라진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쌓인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는 자전적 기억 뿐 아니라 기본적인 행동 패턴까지 불확실해진다. 향정신성 약물도 뇌의 상태를 변화시키고 의식 상태도 변화시킨다. LSD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 수용체에 달라붙어 뉴런의 소통방식을 변화시킨다고 한다. 이런 사례들은 모두 의식이 물리적 기반으로 출현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의식에 반드시 생물학적 뉴런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의식은 적절한 구조를 가지고 있기만 하면 컴퓨터를 비롯한 어떤 물리계에서도 출현할 수 있다.(149p)” 물리적 구조만 있다면 가능해지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물리적 구조는 상호 연결된 인과관계 속에서 쌍방으로 서로에게 작용하며, 그 상호작용 속에서 스스로를 수정하고 변화시킬 수 있는 요소들의 집합이 필요하다. 양방향으로 서로에게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충분히 복잡한 시스템은 살아 있지 않아도 의식의 모든 속성을 가질 수 있다. 


의식은 어떤 추가적인 영적인 힘이나 초자연적 힘이 개입하지 않아도 화학, 물리학, 생물학의 법칙에 따르는 수십억 개 뉴런의 집단적 상호작용에서 창발적으로 출현할 수 있다. ‘창발’은 여러 개의 부분으로 이루어진 복잡한 시스템에서 개개의 부분에 대한 이해로는 분명하게 드러나거나 예측되지 않는 집단적 행동이 나타나는 것을 말한다. 수십억 개의 뉴런과 그 사이의 수조 개의 연결로 이루어진 뇌는 충분히 복잡한 연결을 거친 후에 의식을 만들어냈다. 저자는 ‘한 알의 모래에서 세계를 보는’ 영성의 경험도 이와 마찬가지고 말한다. 지금의 의식이 최종 버전이 아니라는 것, 의식은 다음 단계를 향해 나아가고 있고, 어떤 규모에서는 새로운 의식이 이미 창발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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