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세계사』 1장 「빙하의 자식들」 전반부 정리 2026.02.09 정규정 1. 인간 알아보기 약 5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현생 인류)**는 인지 능력, 창작 능력, 사교 능력을 통해 문명을 형성할 조건을 갖추었다고 추정된다. 그러나 인류의 깊은 역사를 살펴보면, 우리는 종종 인간을 과도하게 단절된 존재로 상정하는 선입견에 빠지기 쉽다. 실제로 당시의 인류는 여전히 호미닌(hominin) 범주에 속해 있었으며, 호미닌은 현생 인류와 그 모든 화석 조상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고고학적 증거에 따르면 약 20만 년 전부터 인지·창작·사교 기능의 비약적 변화를 보여주는 징후들이 나타난다. 구슬의 제작, 안료의 사용, 투사체 기술의 혁신 등이 그것이다. 인류의 기원은 아프리카 대륙에 두고 있으나, 지난 200만 년 동안 여러 호모속 종이 아프리카를 떠났음에도 현생 인류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호미닌 초기 역사에서 인류의 거주 영역은 전 세계의 약 4분의 1에 불과했다. 그러나 최근 5만 년, 즉 호미닌 역사 전체의 2%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간 동안 인류는 나머지 영역을 확장·점유했다. 그 과정에서 현생 인류를 제외한 다른 호미닌 집단은 모두 사라졌으며, 이는 생물학적 다양성을 크게 감소시키는 대가를 치른 결과였다. 2. 진화의 동인: 기후와 선택압 인류 진화의 핵심 요인은 기후 변화와 그에 따른 환경·자원 구조의 변화였다. 지역 생태는 지구 궤도의 리듬, 판 구조 운동, 대양 순환 등의 영향을 받으며 재편되었다. 이러한 변화는 식량 자원의 분포와 안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고, 이는 곧 인류에게 강력한 선택압으로 작용했다. 생태적 환경은 인류에게 풍요와 결핍, 그리고 기아를 동시에 안겨주었다. 특히 생존과 번식의 비용은 불균형적으로 여성에게 편중되었으며, 이는 인류의 역사가 구조적으로 젠더화될 수밖에 없음을 시사한다. 3. “인간”을 판별하는 기준 지구사적 관점에서 어떤 개체가 인간인지 확인하는 기준은 다음 네 가지로 정리된다. 유전자 해부학적 특징 인공물(도구 및 문화) 지리적 분포 생물학적 종은 상호 교배가 가능하며 다른 집단과는 생식적으로 격리된 개체군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정의는 호미닌 집단 전체에 완전히 적용되기 어렵다. 현생 인류의 유전자 중 약 4%는 네안데르탈인으로부터 유래한다. 이는 완전한 생식적 격리가 존재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해부학적 기준 역시 p.31에서 제시되듯 일정한 형태적 특징을 중심으로 마련되었으나, 단일 기준에 의한 배타적 분류는 여러 모순을 낳는다. 따라서 생물학적·문화적 정체성을 이해할 때는 단일 기준이 아니라 다중 기준 집합 접근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체중 대비 뇌 용량을 나타내는 대뇌화 지수를 보면, 플로레스인(뇌 용량 401cc)의 대뇌화 지수는 4.3이며, 호모 사피엔스는 5.4, 오스트랄로피테쿠스는 2.81이다. 플로레스인은 작은 뇌 용량에도 불구하고 호모속에 속한다. 이는 뇌 크기만으로 인간을 규정할 수 없음을 보여준다. 4. 사회적 뇌 가설과 던바의 수 뇌의 크기가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사회적 공동체의 규모와 관련되기 때문이다. 뇌가 클수록 더 많은 사회적 관계를 기억하고 유지할 수 있으며, 이는 인지적 부하와 직결된다.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는 뇌 크기와 사회 집단 규모의 상관관계를 분석하여 약 150명이라는 수치를 제시했다. 이를 ‘던바의 수’라 부른다. 이는 개인이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사회적 관계의 최대 규모를 의미한다. 사회적 뇌 가설에 따르면, 인류 진화에서 뇌의 확대를 추동한 요인은 단순한 생존 전략이 아니라 복잡한 사회적 삶이었다. 포식자에 대한 방어에서 집단의 크기는 유리하게 작용했지만, 동시에 많은 개인과의 관계를 관리하는 인지 능력이 요구되었다. 현대 사회에서도 평균적인 인간관계의 밀도와 빈도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교류의 빈도와 강도가 여전히 관계의 핵심 기준이며, 기술 발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인지적 차원에서 플라이스토세의 직계 조상과 크게 다르지 않은 존재이다. 5. 빙하시대와 인류 인류의 진화는 지구적 순환 과정과 돌발적 사건의 상호작용 속에서 전개되었다. 지구 궤도의 변화, 대양 순환, 판 구조 운동, 화산 폭발, 사막의 확장과 축소는 서로 다른 지리적 규모에서 인류의 생태 환경을 재편했다. 지구 자전축의 경사, 공전 궤도의 이심률, 세차 운동은 태양 복사량의 분포를 변화시키며 빙기와 간빙기의 교대를 야기한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 더 중요한 것은 단순한 한랭·온난의 정도가 아니라, 대양과 육지 사이의 규칙적인 교환과 순환이었다. 해류는 따뜻한 물과 차가운 물을 운반하며 해수면 온도와 육지 환경에 결정적 영향을 미쳤다. 6. 생존 전략: 이동과 공유 기근의 위험을 줄이고 지역적 선택압에 대응하기 위한 인류의 핵심 전술은 이동과 공유였다. 저위도 지역에서는 식물성 자원의 비중이 높아 빈번한 이동이 요구되었다. 반면 고위도 지역에서는 대형 동물 사냥에 의존함으로써 비교적 장기적 점유가 가능했다. 또한 인류는 유전적 친족을 넘어서는 사회 관계망을 형성했다. 이를 ‘친족화(kinshipping)’라 하며, 혈연에 기반하지 않는 관계를 맺는 능력을 뜻한다. 오스트레일리아의 사례에서 ‘소유지(estate)’는 영적·출생적 장소를 의미하고, ‘이동범위(range)’는 실제로 이동하며 교류하는 공간을 의미한다. 이는 인간이 단순히 혈연 집단이 아니라, 관계를 확장하고 재구성하는 존재임을 보여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