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관리정치의 탄생》 1강, 2강 1979년에 이루어진 이 강의에서 푸코는 국가와 통치를 다룬다. 우리가 흔히 거시권력이라 부르는 이 ‘통치술’을 푸코는 좁은 의미의 ‘통치술’이라 부른다. 1981년부터 푸코의 관심은 더 넓은 의미의 통치술, 우리가 흔히 미시권력이라 부르는 곳으로 이동한다. 개인 간이나 개인 내부에서 행사되는 통치의 문제를 배제하며, 푸코는 이 강의에서 ‘정치적 주권 행사에서의 통치 실천 합리화’를 다루겠다고 분명히 밝힌다.(21쪽) 거시권력을 다룬다고 해서 푸코가 주권, 인민, 신민, 국가, 시민사회 같은 보편개념에서 출발하지는 않는다. 그는 기본적으로 주어진 듯 보이는 이런 개념들을 거부한다. 나아가 이 보편개념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그렇다고 이 개념들이 허구나 오류임을 밝히는 일을 목적으로 삼지도 않는다. 필연성을 발견하고 주장하는 일에 푸코는 관심이 없다. 그의 관심은 현실적인 것을 인지하는 데 있다.(63쪽) 푸코는 보편개념이 아닌 구체적 실천에서 논의를 시작한다. 역사학자 폴 벤느와 교류하며 만들어간 푸코의 역사 연구 방법론이다. 푸코가 보는 국가이성은 ‘실천의 합리화’이고, 통치술은 이 실천 방식을 합리화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국가는 이미 주어진 것인 동시에 구축해야 할 대상이다. 유럽에서 중세 이후 16세기 중반 출현한 국가이성은, 집이나 교회, 제국이 아니라 하나의 특수하고 불연속적인 실재인 국가를 통치한다. 국가이성에 따르는 통치술은 내부에서 무한한 권한을 가지지만, 외부와의 관계에서는 제한된다. 각 국가는 외적으로 자기를 제한하고 이해관계 속에서 독립을 유지하려 한다. 국가 내부의 내치를 제한하려는 움직임도 국가이성 외부에서 나타난다. 바로 법권리를 통한 제한이다. 중세 유럽에서 사법의 실천은 왕권을 강화해 왔으나, 17세기 초 이래로는 왕권을 축소하는 역할로 바뀐다. 이제 법률은 국가이성에 대한 외부적 제한에 정당성을 부여한다. 비판적 통치이성에서 관건은 ‘과도하게 통치하지 않기’이다. 통치실천은 과잉통치를 제한함으로써 합리성을 측정할 수 있게 만든다. 이를 가능하게 만드는 지적 도구는 정치경제학이다.(37쪽) 정치경제학은 통치이성의 자기제한을 보증한다. 또한 통치실천 자체를 고찰하며, 그 효과를 묻는다. 효과는 정당성의 문제가 아닌 성공 혹은 실패로 나타난다. 정치경제학은 통치술에 제한의 가능성을 도입함과 동시에 진실의 문제를 제기한다. 통치의 자기제한 원리로서 진실체제의 출현. 진실체제는 존재하지 않는 어떤 것을 무언가로 만들 수 있다. 이 무언가는 환영이나 오류가 아니라 실제적인 실천의 총체로, 만들어낸 무언가를 현실에 강압적으로 각인한다. 관건은 “일련의 실천과 진실체제의 연결이 실제로 현실 속에서 존재하지 않는 것을 각인시키고, 그것을 참과 거짓의 분할에 정당하게 복종시키는 것으로서의 지식과 권력의 장치를 어떻게 형성시키는가를 보여주는 것”이다.(45쪽) 푸코는 1강의 후반부에서 이 새로운 통치이성의 자기제한, 즉 통치술 내부의 합리성을 ‘자유주의’라고 명명한다. 그의 목적는 자유주의를 이해함으로써 생명관리정치를 파악하는 데 있다. 국가이성에 대립하며, 국가이성을 변형시키는 자유주의라는 체제. 이 체제가 어떻게 인구에 입각하여 생명관리정치를 형성하는지를 보기 위해서는 독일의 자유주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특히 자유주의에서 중요한 장소는 시장이다. 16, 17세기까지 유럽의 시장은 정의의 공간, 사법의 공간이었으나, 18세기 중반 이후 통치실천과 관련된 진실을 말하는 공간이 된다. 정치경제학은 이런 변화를 추동한다. 초기 정치경제학은 법률과 관계가 밀접하다. 정치경제학은 공권력을 제한하지만, 이는 법권리의 소멸이 아니라 정치권력 행사의 법률적 제한에 의해 제기되는 문제들이다. 유럽은 혁명 혹은 공리적 유용성에 대한 판단을 통해 공권력 행사를 사법적으로 제한하는 방향으로 변화한다. 여기에 공권력 규제를 사법적으로 구축하기 위한 방법으로 자유가 도입된다. 자유는 인권을 통해 구성된 자유와 독립을 통해 지각된 자유라는 이질적인 두 개념의 결합이다. 푸코는 모순을 동질성으로 해소하려는 변증법의 논리로는 이 두 개념을 연결하거나 소화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대신 공존이나 접합, 연결을 통한 전략의 논리가 필요하다. 당연히 실제로도 이질적인 두 체계 사이에는 부단한 결합, 일련의 교류, 연락, 집합이 존재했다. 19세기 이래 유용성의 문제는 점차 전통적인 법권리의 문제를 포괄하게 된다. 이해관계는 교환의 원리이자 유용성의 기준이다. 이해관계는 개인이나 집단 등 어디에나 존재하며, 이해관계가 있는 곳에 통치도 존재한다. 이해관계를 통해 통치는 “개인, 행위, 언어, 부, 자원, 재산, 권리 등과 같은 모든 사물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78쪽) 자유주의가 여기서 문제를 제기한다. 통치의 정당성이 아니라 유용성이 무엇이냐고 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