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생충의 역사를 통해 보는 계급 문제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신데렐라처럼 가난하지만 착하고 밝은 소녀가 왕자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는 이야기에서 가장 비현실적인 부분이 어딜까? 왕자가 가난한 소녀를 사랑하게 된다는 설정? 아니면 왕자와 가난한 소녀가 현실에서 마주칠 아주 희박한 가능성? 아니다. 이미 전제부터 틀렸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밝은 소녀는 존재하기 힘들다. 가난은 사람을 종잇장처럼 힘껏 구기고, 어둠 속으로 걷게 만든다. 봉준호의 영화 《기생충》은 그런 이야기다. 가난에 대한 아주 오래된 우화들을 비웃고, 모든 동화를 의심하게 만드는 그런 이야기. 기생충은 어쩌다 기생충이 되었을까? 굶주린 기생충은 자신들이 … Read more

책이 세계를 지배하고, 독서가 여성을 배제한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 기념으로 알라딘이 내가 책을 구매한 실적을 각종 통계와 함께 알려주었다. 독서는 외로운 작업인지라, 그 작업의 일부를 함께하고 공유해준 알라딘의 상술이 기특하고 고마워 잠시 통계를 감상해본다. 알라딘이 알려준, 나도 몰랐던 내 정보를 한번 요약해 보자. 나는 알라딘에서 지금까지 298권의 책을 샀다. 예상보다 많지는 않다. 좁은 집 곳곳에 애물단지처럼 쌓인 책들을 보면 체감 상 298권보다는 훨씬 많지 싶은데, 정확한 통계 앞에서 체감은 맥을 못 춘다. 집이 좁으니 뭐 … Read more

집 밥의 가격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집 밥, 집에서 만든 밥. 1인가구가 늘고, 모두가 바쁘게만 사는 세상에서 집에서 만든 밥을 먹을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우고, 한참 재료를 손질한 뒤 요리에 돌입해서, 요리를 마치고 밥상까지 차려내는 데는 족히 몇 시간이 소요된다. 요리가 직업이나 취미가 아닌 이상 누군가 이 길고 힘든 작업을 기꺼이 하는 일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집 밥을 먹으며 살아왔다. 24시간 운영하는 식당에서는 언제든 따끈한 식사를 할 수 있고, 골목마다 간단하게 … Read more

새벽배송을 위한 변명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새벽배송이 화제다. 저녁에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이 시작되기 전, 신선한 식재료들을 집 앞으로 배송해준다는 새벽배송. 유통혁명으로 불릴 만큼 많은 이들이 새벽배송에 열광하고 있다. 물론 열광만큼 우려의 목소리도 거세다. 편리함을 무기로 한 새벽배송에 위협당하고 있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연 새벽배송은 우리에게 무엇을 주고 무엇을 빼앗아갈 것인가. 새벽배송에 대한 열광과 우려에 대해, 한 번 밑도 끝도 없이 떠들어보려고 한다. 굳이 장을 보고 요리를 하지 않아도 살기에 어렵지 않은 세상이다. 오히려 장을 보고 요리를 하는 일이 … Read more

여성히어로와 페미니즘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영화는 자본의 산물이다. 누구도 이를 부정하지 못한다. 영화는 기회의 땅 미국의 헐리웃에서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했다. 미국 이상으로 영화의 발전에 기여한 나라는 소련이다. 미국이 영화를 산업으로 보았다면, 소비에트는 영화를 혁명의 도구로 보았다. 헐리웃이 영화의 흥행을 원했다면, 소련은 선전 효과를 기대했다. 자본과 국가는 서로 경쟁하듯 영화산업의 규모를 키우고, 선전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기술들을 발전시켰다. 지금도 우리는 두 종류의 아주 다른 영화가 있다고 믿는다. 흥행을 바라고 만든 재미있는 영화와, 재미는 없지만 메시지가 확실한 영화가. … Read more

영원한 고용은 없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에 노동부가 고용노동부로 이름이 바뀌었다. 이름이 바뀐 게 뭐가 대수냐 싶지만, 한편으로는 오죽하면 이름이 바뀌었겠나 싶다. 콕 집어 이명박 탓이냐 물으면, 이명박이 신자유주의적 세계화를 확산시키거나, 아니면 저지할 역량이 있었을 리가 없으니 고개를 저을 수밖에. 이명박은 세계적 흐름을 타고 한 국가의 한시적 수장이 되어 개인의 이익을 취하는 데에 모든 권한을 동원했을 뿐이다. 그때부터일까. 노동보다 고용이 앞서는 문제가 되어버린 게 말이다. 한 사람이 노동자가 되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임금과 자신의 노동을 교환하는 … Read more

땅콩이 문제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땅콩이 문제다. 대한항공이 땅콩 때문에 괴로워지기 시작한 건 2014년부터다. 대한항공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가 술에 취한 채 기내에서 승무원을 괴롭히다가, 강제로 비행기를 회항시킨 사건이 있었다. 당시 조현아는 대한항공의 부사장이었다. 시비의 발단은 땅콩 서비스였으며, 이 사건은 이후에 ‘땅콩회항’이라고 불렸다. 덤으로 이 사건 이후 우리나라 최대 항공사였던 대한항공은 ‘땅콩항공’이라는 우스꽝스러운 별명으로 불리게 되었다. 재벌가의 흉측한 모습을 제대로 보여준 이 사건은 이후 사람들이 대한항공과 한진그룹사람들을 주목하는 계기가 되었다. 어느 한 구석 제대로 된 인물이 없었다. 차관의 … Read more

게임과 현실의 경계에 대하여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1. 게임도 스포츠다 2011년 게임회사 NC Soft가 야구단을 창단하려 했을 때 롯데를 비롯한 기존 구단주들은 반발했다. 게임회사와 스포츠는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면서. NC Soft측은 그 이유에 수긍했다. 수긍과 더불어 이런 주장을 펼쳤다. ‘우리는 많은 청소년과 젊은이들을 스포츠에서 멀어지게 했습니다. 그러니 다시 그들을 스포츠와 친해지게 만들어야 할 책임이 있습니다.’ 반박하기 어려운 주장이었다. 지금은 게임과 스포츠를 구분하는 설정 자체가 많이 낡았다. 컴퓨터나 영상장비를 이용해서 하는 게임을 스포츠에 포함시켜 일렉트로닉 스포츠(electronic sports), 줄여서 e스포츠(eSports)라고 부르는 … Read more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자본주의는 가능한가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예전 영국에는 귀족과 평민 사이에 ‘젠트리’라는 계급이 있었다. 귀족의 작위는 장자한테만 상속되므로, 작위를 상속받지 못한 나머지 자식들은 귀족도 아니고 평민도 아니었다. 귀족은 아니지만 좋은 교육 받고 자란데다 재산도 많이 상속 받은 이들이 바로 ‘젠트리’다. 헨리8세가 종교개혁을 한 이후에는 쓸모없게 된 수도원의 재산을 사들여 지주가 되었고, 사실상 지방 영주 노릇을 했다. 공부를 하여 중앙관료로 진출하거나, 의사 등 전문직업을 갖는 경우도 많았다. 이들이 영국의 자본주의를 이끌었다고 흔히들 말한다. 젠트리는 중세 귀족 영주들처럼 사람들을 가혹하게 … Read more

다문화는 누구를 위한 문화인가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따돌림 … 18세 다문화 소녀 “학교가 지옥 같았다” 지난 달 한 신문에 실린 기사의 제목이다. 학교폭력이 죽음으로까지 이어지는 마당에 애석하게도 따돌림이라는 단어가 오래 눈길을 끌지는 않는다. 더 안타깝고, 더 슬프고, 더 분노를 끓어오르게 하는 사건들이 많은 탓이다. 오히려 눈길을 사로잡는 표현은 ‘다문화 소녀’라는 단어이다. ‘다문화’라는 단어는 우리에게 낯설지 않다. 이제는 그 ‘다문화’라는 단어 뒤에 인칭마저 붙었다. 다문화 가정도 아니고, 다문화 소녀. 뭔가 꺼림칙한 단어의 조합 앞에서 밑도 끝도 없이 시비를 걸어 본다. … Read more

error: 글 복사가 불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