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스타일은 어떻게 바꿀 수 있는가?

[ 라라 ]

:: 에브리데이 테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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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에 젊은 남자가 며칠 째 같은 처방전을 가지고 찾아왔습니다. 처방 받은 약은 소염진통제와 근육이완제 그리고 위장약이었습니다. 복약상담 말미에 근육이완제는 근육을 풀어주는 약이라 졸릴 수 있으니 운전할 때 조심하라고 일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남자는 요즘 밤에 잠을 통 못 자고 무기력한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옵니다. 저는 무슨 일을 하느냐고 되물었습니다.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답이 돌아옵니다. 이 친구가 잠을 잘 자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데뷔하고 성공하는 확률이 0.01%라는 아이돌 생존경쟁의 상황에서 잠을 잘 잘 수 있을까요? 순간순간 하루하루 즐기면서 살고 있기는 할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연습에 연습이 거듭된 채 피로하여 지쳐 쓰러져야 겨우 잠들 것 같았습니다. 잠을 잘 자려면 라이프스타일을 바꿔야 하는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4060건강지킴이라는 신문 연재 글이 있습니다. 질환 분야별로 유명의사와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병의 진단과 예방법을 알리는 글입니다. 정신질환 진단과 예방법에 관한 글에는 우울감이나 무력감이 2주 넘게 지속되면 병원을 찾으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러면서 40대 이후의 불안은 한국인의 숙명이라고 합니다. 남자들은 이 시기에 승진과 명예퇴직을 경험하는데 어느 쪽이든 스트레스가 똑같이 크다는 게 유명교수의 이야기였습니다. 직장 그 자체가 아니라, 승진누락이나 명예퇴직처럼 직장에서 불이익을 받았다고 여길 때가 스트레스의 직접 원인입니다. 40대 이후의 남자 대부분이 집 문제와 아이 교육 문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집과 교육문제가 어느 정도 안정되면 직장은 그리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습니다. 물론 고용문제는 40대뿐만 아니라 생계에 대한 안전망이 없는 모든 세대가 겪고 있는 문제이기도 합니다.

신문에서는 중년 이후 불안감으로 인해 일상생활이나 대인관계에 지장을 초래한다면 불안 장애를 의심해 봐야한다고 말합니다. 지나치게 꼼꼼한 사람이 나이가 들면 강박장애가 생기기도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육체적 질병과 심리적 질병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경우가 많음을 지적하며 약을 쓰면 뇌의 기능을 활성화시켜 기분이 좋아진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정신 장애 치료를 받기 전에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노력을 언급하며 세 가지 원칙을 지키라고 조언합니다. 첫째 규칙적인 생활, 둘째 유산소 운동, 셋째 스트레스 관리로 스트레칭과 요가를 추천하며 음주는 주1회로 제한할 것을 권합니다.

이 좋은 원칙을 사람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에서는 이 원칙들이 들어 올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일까요? 거의 대부분은 후자일 것입니다. 라이프스타일을 바꾼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현대의학은 매뉴얼이 있는 치료가 대부분입니다. 환자의 개인적 특이성을 관찰하며 치료한다고 하지만 대부분의 처방은 비슷하기 마련입니다. 대학병원에 가면 더 좋은 약을 처방받을 것 같지만 동네 의원이랑 별반 다르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전에는 항생제와 스테로이드만으로 드라마틱하게 치료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요즘 생활습관병(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과 자가면역질환(루푸스, 류마티스)은 치료보다는 조절에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완치라는 말은 거의 없고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입니다. 현대의학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데 중점을 두지 않고 라이프스타일로 인해 병이 진행되어야 치료를 시작합니다.

앞서 말한 젊은 남자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을 겪고 있습니다. 생활습관병이나 자가면역질환도 번아웃 증후군으로 시작되는 경우가 많고 병을 더 악화시키기도 합니다. 번아웃 증후군은 말 그대로 에너지가 다 방전된 상태를 뜻합니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뇌의 시스템에 연료가 다 소진되었음을 알려줍니다. 특히 마음의 에너지가 고갈되었다는 표시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라이프스타일을 바꾸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가능할까요?

대한의사협회에서는 2년 전 ‘대국민건강 선언문’을 발간했습니다. 일곱 가지 건강 팁을 소개했는데 저는 그걸 읽고 조금 화가 났습니다. 일단 소개를 해보겠습니다. “세 번 깊게 호흡하며 그 호흡의 흐름을 느껴본다. 조용한 곳에서 밥을 음미하며 먹는다. 하루10분 사색하며 걷는다. 일주일에 한 번 벗과 ‘힐링 수다’를 한다. 슬픈 영화나 슬픈 작품을 주 1회 감상한다. 일주일에 시 3편을 읽는다.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당일치기 기차여행을 한다.”

정확히 중산층 라이프스타일을 표준으로 하고 해법을 찾고 있었습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도 기사에서 찾았습니다. 유명교수(60세,남)가 진료하는 환자가 연중 강박증, 조현병 환자 각각 3,000명이라고 합니다. 진료시간을 찾아보니 월요일 오전과 오후, 수요일 오전에만 진료한다고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환자 한 명 당 진료시간이 과연 얼마나 될까요?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고 제안한 이 교수는 환자들의 실제 삶에 얼마나 관심이 있을지 의문입니다. 개인에게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고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라이프스타일을 바꿀 수 있도록 정부와 기업에게 노동시간을 줄이라고 주장해야 하지 않을까요?

라이프스타일(Life style)을 바꾼다는 것은 삶의 관점이나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일입니다. 현실에서는 태어나고 자란 성장 배경에 따라 태생적 한계가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인간은 잉여에너지가 있어야 타인과의 경계에 다가설 수 있습니다. 제가 말하는 잉여에너지란 나의 고통뿐만 아니라 타인의 고통에도 마음을 쓸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타인의 말에 제대로 귀 기울여 볼 수 있는 에너지를 뜻합니다. 고통이 너무 심하면 공포와 불안으로 타자와 공감하기 어렵습니다.

제가 보기에 오늘날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법을 안전하게 가르쳐 주는 곳은 딱 두 곳입니다. 신앙공동체와 공부공동체입니다. 바로 종교단체나 공부네트워크집단입니다. 이 두 집단의 공통점은 라이프스타일을 직접 보고 배울 수 있다는 점입니다. 또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여기에서 시간을 보낸다는 점입니다. 차이점은 신앙공동체에는 절대기준이 있기에 거의 획일화된 라이프스타일을 볼 수 있습니다. 삶의 문제에 대해서도 확실한 답과 기준이 있습니다. 평생을 무신론으로 살던 사람도 죽음이 앞에 오면 이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됩니다. 또 죽다 살아난 경험을 한 사람도 이 공동체에 평생을 바칩니다.

이에 비해 공부공동체는 다양한 형식으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볼 수 있습니다. 결과보다는 과정에 집중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일반적인 상식이 통하지 않을 때도 많습니다. 민주주의의 다수결 원칙은 별 의미가 없습니다. ‘오늘 하늘이 파랗다’라고 말을 꺼내면 그냥 넘어가지 않고 이야기가 이어지는 곳입니다. 직장이나 연금보험, 애인이 없는 삶에도 불안이 덜 합니다. 노후걱정도 별로 안 하는 것 같습니다. 아들이 공부를 못해서 걱정된다고 말하면 얼마나 좋으냐고 효자아들이라며 걱정하지 말라고 합니다. 공부시키는데 돈도 안 들 테니 아들이랑 사이좋게 지내라고 합니다.

성인이 되어 취향이나 직업이 아닌 나 자체로 누군가와 만나서 이야기하고 놀아본 적이 있을까요? 돈으로 환원되지 않는 관계의 경험을 해본 적은 언제인가요? 시기와 질투의 대상이 아니라 진실하게 나에 대해 말해줄 수 있는 사람과 공부하고 여행해 본 적이 있나요? 공부공동체에서는 그런 사람을 단 한 명이라도 만날 수 있습니다. 스스로를 가르치고 자신을 해방시키는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는 방법의 한 예가 아닐까요?

우리실험자들 회원, 전)마을지원활동가,
수치화되지 않는 건강을 탐구하는 약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