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세이

책이 세계를 지배하고, 독서가 여성을 배제한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 기념으로 알라딘이 내가 책을 구매한 실적을 각종 통계와 함께 알려주었다. 독서는 외로운 작업인지라, 그 작업의 일부를 함께하고 공유해준 알라딘의 상술이 기특하고 고마워 잠시 통계를 감상해본다. 알라딘이 알려준, 나도 몰랐던 내 정보를 한번 요약해 보자. 나는 알라딘에서 지금까지 298권의 책을 샀다. 예상보다 많지는 않다. 좁은 집 곳곳에 애물단지처럼 쌓인 책들을 보면 체감

Read More »

닭과 개를 다오!

[ 미미 ] :: 루쉰 잡감 // 닭과 개가 중요하다 요즘 마오의 평전을 읽고 있다. 루쉰에 대한 관심에서 어쩌다보니 마오와 공산당의 역사까지 읽게 된 것이다. 마오 개인의 역사는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읽다보니 드는 여러 가지 생각 때문인지, 오늘 눈에 들어오는 루쉰의 글은 이런 거다. 대략 2천 년 전에 류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신선이 되어, 부인과 같이 하늘로 올라갈 수 있게

Read More »

철학을 종교와 혼동하고 문학을 자기변명과 혼동하고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수년 전 인문학을 함께 공부했던 여자였다. 소식이 두절된 채 몇 해가 지났고 며칠 전 뜬금없이 여자에게 문자메시지가 왔다. 어떻게 지내냐고 커피 한 잔 하겠냐고. 마주 앉자마자 여자는 “나는 요즘 문학을 읽어요.” 했다. 책장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던 학생용 문학전집으로 독서의 맛을 들였다고 했다. 그때의 책은 학생용이라고 특별히 배려된 바 없었으니 그림도 없고, 누런 종이에 글자 크기도

Read More »

실제로는 없지만 내 앞에만 있는 것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그렇게 마음이 끌리거든 내 금지를 어기고라도 들어가 보시오. 그렇지만 명심하시오. 내가 막강하다는 것을. 그런데 나로 말하자면 최하급 문지기에 불과하고, 방을 하나씩 지날 때마다 문지기가 서 있는데 갈수록 막강해지지. 세 번째 문지기만 되어도 나조차 쳐다보기가 어렵다고.” 법(法)으로 들어가게 해 달라고 청하는 시골 사람에게 문지기가 이렇게 말한다. 입장하기 위해 부탁도 해 보고, 협박도 해 보지만 문지기의 대답은

Read More »

집 밥의 가격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집 밥, 집에서 만든 밥. 1인가구가 늘고, 모두가 바쁘게만 사는 세상에서 집에서 만든 밥을 먹을 기회는 점점 사라지고 있다. 장을 봐서 냉장고를 채우고, 한참 재료를 손질한 뒤 요리에 돌입해서, 요리를 마치고 밥상까지 차려내는 데는 족히 몇 시간이 소요된다. 요리가 직업이나 취미가 아닌 이상 누군가 이 길고 힘든 작업을 기꺼이 하는 일이 자연스럽지는 않다. 그럼에도 우리는 무수하게 많은

Read More »

커피 커피, 혁명 혁명

[ 미미 ] :: 루쉰 잡감 // 에브리데이 커피 처음 문장을 ‘나는 커피를 좋아한다’라고 쓰려니 과연 내가 커피를 좋아하나 다시 묻게 된다. 분명 커피를 즐겨 마시긴 하지만 이젠 커피가 더 이상 특별한 기호식품이 아니라, 물같이 느껴져서 좋아한다고 쓰는 게 맞나 싶다. 어디를 둘러봐도 한집 걸러 카페이고 언제 어디에나 손쉽게 마실 수 있는 게 커피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스타벅스에 가는 여자들을 ‘된장녀’라 불렀던 적이 있다.

Read More »

육아(育兒)를 끝내는 정신승리법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나이 오십 줄을 넘어서니 친구들은 거의 대학생 엄마 이상이 되었다. 결혼과 출산이 약간 늦었던 나는 딸이 아직 고등학생이다. 친구들의 입에서 요즘 이구동성으로 나오는 말이 있다. “도대체 육아는 언제 끝나는 거니!” 대학만 보내면, 애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안달하며 보낸 십여 년만 끝나면, 저도 제 앞가림하겠지, 그럼 나도 애 일에서 놓여나 좀 편해지겠지, 했단다. 그러나 대학 입학은

Read More »

그게 가스라이팅이에요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살면서 들어본 말 중에 가장 어이없는 말 중의 하나. 정말 어이없어서 죄송하지만, “예쁜아~”였다. 애인이 애인에게 건네는 말이었기에 참고 들을 수 있는 말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어이가 삼천년 쯤 없다. 일단 예쁘다 보다는 못 생겼다 류의 말을 자주 듣고 살았기 때문인데다 철 들고 부터는 스스로도 예쁘지 않음을 주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쁜아~”라는 저 말. 애인은 그 때

Read More »

소중한 나의 익명성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자전거를 타기 시작했다. 공유자전거 따릉이가 나름 쓸 만하다. 서울이라는 곳에서 이십년 이상을 살았는데도 가보지 않았던 곳에 자전거를 타고 가 보았다. 바로 한강이다. 강바람 맞으며 먹는 즉석라면의 맛이 아주 기가 막히다. 어스름 개늑시의 시간에 만나는 한강은 사랑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동안 이걸 안 보고 살아왔다니 헛살았다 싶다. 누구의 방해도 없이 온전히

Read More »

문명의 전장에서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붉은 악마는 스스로를 치우의 후손이라 여긴다. 치우는 전설의 인물인데, 중국의 시조로 숭상되는 황제黃帝와 탁록의 들판에서 싸워 패배했다 전해진다. 만약 탁록의 전장에서 치우가 승리했다면 천하의 판도는 지금과 다르지 않을까? 이와 비슷한 상상으로 동이족 서사가 있다. 서쪽에서 발흥하여 은나라를 무너뜨린 주나라가 실은 동이족이었다는 이야기부터, 나아가 한자가 실은 동이족의 문자였으며, 위대한 사상가 공자도 동이족의 후예였다는 이야기까지.

Read More »

«죄 많은 소녀»가 ‘우울’을 형성하는 방법

[ 준민 ] :: 줌인준민 // (본 글은 영화 <죄 많은 소녀>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우울하다. 아니, 그보다 “철학자가 언어를 점유해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언어가 철학자를 점유해 그에게 말을 하게 한다.”는 문장처럼, 이 영화는 ‘우울’이라는 언어에 점유되어 만들어졌다. 영화의 어떤 점이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을까.   우울이 만든 장면들 ‘우울’을 화면에 담는 일은 쉽지 않다. 어찌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Read More »

하릴없이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말은 늘 얼마간의 진실을 담고 있기 마련이다. 세간 사람들의 말을 흘려들을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뻔하디 뻔한 말에도 진실의 한토막이 담겨 있다. 그래도 교회는 나가야지. 숱하게 들은 말이다. 못마땅한 게 있더라도, 행여 마음에 혹은 영혼에 상처를 입었더라도 교회는 나가야지. 그러다 영 신앙을 잃어버린다. 고향집에 내려가면 듣는 말이다.  넌 교회에 가기는 하냐? 아버지의 질문은 간결하다.

Read More »

책이 세계를 지배하고, 독서가 여성을 배제한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온라인서점 알라딘이 올해로 20주년을 맞았다. 20주년 기념으로 알라딘이 내가 책을 구매한 실적을 각종 통계와 함께 알려주었다. 독서는 외로운 작업인지라, 그 작업의 일부를 함께하고 공유해준 알라딘의 상술이 기특하고 고마워 잠시 통계를 감상해본다. 알라딘이 알려준, 나도 몰랐던 내 정보를 한번 요약해 보자. 나는 알라딘에서 지금까지 298권의 책을 샀다. 예상보다 많지는 않다. 좁은 집 곳곳에

Read More »

닭과 개를 다오!

[ 미미 ] :: 루쉰 잡감 // 닭과 개가 중요하다 요즘 마오의 평전을 읽고 있다. 루쉰에 대한 관심에서 어쩌다보니 마오와 공산당의 역사까지 읽게 된 것이다. 마오 개인의 역사는 물론이고, 중국 공산당의 형성과 발전 과정을 읽다보니 드는 여러 가지 생각 때문인지, 오늘 눈에 들어오는 루쉰의 글은 이런 거다. 대략 2천 년 전에 류선생이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각고의 노력 끝에 신선이 되어, 부인과

Read Mor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