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벨의 자식들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김동호 목사는 나름 상식연하는 목사로 분류되어야 할 듯싶다. 그는 한국 교회의 고질적인 문제, 교회 세습을 정면으로 비판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의 명성에도 불구하고 그가 있었던 ‘높은뜻숭의교회’는 메가처치로 성장하지 않았다. 약 10여 년 전 교회를 분립, 즉 나누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가 법정에서는 일이 있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지난 2017년 포항에 지진이 났다. 이에 당시 자유한국당 최고 의원이었던 류여해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 포항 지진에 대하여 문 정부에 대한 하늘의 준엄한 경고, 그리고 천심이라는 지적들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 Read more

악마는 두 얼굴을 가졌다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모교 한동대 장순흥 총장의 인터뷰가 지난 4월 국민일보에 실렸다. 그는 국가인권위원회에 맞서 기독교 건학이념과 신앙교육의 자유를 지켜가겠다 주장한다. 사건의 발단은 이렇다. 2017년 페미니즘 강연을 개최했다는 이유로 한 학생에게 무기정학 처분을 내렸다. 명목상 이유는 ‘교직원에 대한 언행불손’이었다지만, 기독교 건학이념을 훼손한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하나님의 대학에서 동성애는 물론 페미니즘 따위는 입에 올려서도 안된다는 뜻이었다. 지난 1월 국가인권위원회는 징계가 부당하다 판단했다. 이에 징계 처분을 취소하라고 권고했으나 모교는 기독교 건학이념을 훼손하는 일이자 신앙교육의 자유를 침해하는 일이라며 … Read more

글은 어떻게 돈이 되는가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글을 쓰기 싫다. 사람들은 무엇이든 쓰면 된다고 말하지만, 그 말에는 얼마간의 기만이 담겨 있다. 글이란 아무 말이나 지껄이는 말과는 다르며, 시간을 때우기 위한 요깃거리가 되어서는 안 되지 않나. 최대한 너그러운 마음을 가진다 하더라도 어쨌든 최소한의 논리와 구성, 내용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아무 말이나 쓴다고 글이 되지는 않는다.  글이란 글이 될만한 것을 붙잡아 문자화 시키는 작업이다. 따라서 글쓰기에는 본질적으로 얼마간의 기만이 담겨 있다. 이 기만을 감내하고 마침표를 찍어야 글이 될 텐데, 자꾸 미끄러져 내린다. … Read more

꿈에서도 헛짓거리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꿈 이야기. 본디 꿈을 꾸어도 금방 잊어버린다. 보통 얼토당토않은 꿈을 꾸는 것 같은데, 아침에 주변 사람에게 이야기를 해주면 다들 피식 웃고 만다. 며칠 전 꿈은 생생한 데다 뒤숭숭하여 혼자 찝찝함을 곱씹어 보았다. 꿈에는 또렷이 아는 얼굴 둘이 나왔다. 둘이 승용차를 타고 어디로 가는데, 그만 주변 차에 흠집을 내고 지나갔다. 그걸 지켜본 나는 어쩌나 하는 마음에 움푹 찌그러진 그곳에 포스트잇을 붙였다. 연락처를 적어야지. 헌데 누구 연락처를 적을까? 내 연락처를 적자니 당사자가 아니고, 그렇다고 그이의 … Read more

선동술과 사기술의 영성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옛사람의 말에 혼백魂魄이나 정신精神이니 하는 말은 있어도, 영혼靈魂이라는 말을 찾기는 힘들다. 대관절 이 말은 어디서 나온 것일까? 호기심 끝에 <문시진경文始眞經>이라는 책을 찾았다. 여기서 문시진인文始眞人이란 관윤자關尹子라니 필시 빼어난 통찰이 있을 테다. 전하는 기록에 따르면 노자가 서쪽으로 가면서 관문을 넘어갈 때에, 그를 붙잡고 만류하는 자가 있었단다. ‘한 말씀만 하소서’라는 간절한 청이었던 듯싶다. 조용히 사라지려 했던 이 늙은이는 그 간청에 못 이겨 5천 자의 글을 남겨 주었단다. 그것이 바로 <노자 도덕경>이라 불리는 책이며, 노자를 붙잡고 글을 … Read more

안나가 가나안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출애굽기>, 이 책의 이름이 대관절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이를 한자로 쓰면 ‘出埃及記’이며 출애급기가 되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애급’이 ‘애굽’이 되었다. 하느님이 하나님이 된 것처럼 부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 뭐. 여튼 여기서 ‘애급埃及’이란 중국어로 ‘아이지Āijí‘, 이집트를 일컫는다. 이집트가 ‘아이지’가 되고 이를 한자음 애급으로 읽어, ‘애굽’이라는 기묘한 말이 탄생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이집트를 ‘아이지’라고 한다. 헌데 우리는 애급이건 애굽이건 당최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출애굽기>가 마치 신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바로’라는 악독한 … Read more

(건물)주찬양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사건은 갑작스럽고 대응은 미숙하기 마련이다. 아마 죽는 날까지 그렇겠지.  지난주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사건은 적잖이 내 삶을 흔들어댔다. 덕분에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좁아터진 속알머리로는 전사가 되기는 글렀다는 점. 적어도 기습에는 턱없이 취약하여 쓰린 속을 붙잡고 한참이나 끙끙대야 했다. 둘째, 잘 싸우는 것만큼 상처에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 완벽한 승리는 없으니 얼마간의 피해는 ‘미리’ 감수해야만 한다. 셋째, 본디 싸움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승리를 막기 위해, 더 정확히는 … Read more

돌을 던지고 침을 뱉겠다고?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저녁에(夕) 부르는 소리(口), 이름을 뜻하는 한자 ‘명名’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어두워 상대를 분간할 수 없을 때, 이름은 존재를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렇게 ‘이름’이란 까마득한 옛날부터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름에는 이런 질문이 함께 섞여 있다. ‘너는 누구냐?’ 공자는 이름과 존재가 따로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정명正名’이다. 그렇게 이름과 존재가 서로 들어맞는 것을 일러 ‘명실상부名實相符’라 한다. 여기서 이름과 짝을 이루는 것이 ‘실實’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실’이란 열매를 말한다. 속이 … Read more

성性스런 것들의 쌍스런 세상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성기호설性嗜好说, 풀이하면 성性의 기호嗜好에 대한 학설이다.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싶지만 그래도 조선의 대유大儒로 손꼽히는 다산의 말이다. 다산이 이런 신박한 조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서학西學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마테오 리치는 <천주실의>에서 인간만이 영혼靈魂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 보았다. 다산은 그의 논의를 빌어 인간의 성기호性嗜好란 바로 선에 대한 기호라 주장한다. 참 재미없는 주장이다. 그저 맹자의 성선설性善说을 다르게 말했을 뿐이다. 인간의 기호嗜好를 이리 단순히 말하다니. 잘 알려져 있듯, 다산은 천주학의 세례를 받았으며, 또한 유가의 토양에서 … Read more

어쩌다보니 여기에 와 버렸다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작당모임은 어느날 불현듯 시작하기 마련이다. 어쩌다보니 글쓰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파르티잔’이라는 이름도 뚝딱 지어졌다. 아, 첫 이름은 ‘빨치산’이었지만 이내 좀 고상한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파.르.티.잔. 첫 시간 안내문이 올라왔다. “세상의 형식과 친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글쓰기를 추구하겠다는…” 부담 되는 말이다. ‘세상의 형식’과 친한 것은 둘째치고, 세상의 형식이 뭔지 좀 배우고 익혔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이른바 부와 명예는 세속의 문법 속에 있는 거 아닌가? ‘자신만의 글쓰기’도 뭔지 모르겠다. 글을 쓰다보면 어느 문장은 나의 것이 아닌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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