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가 가나안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출애굽기>, 이 책의 이름이 대관절 어쩌다 이렇게 되었는지 의문이다. 이를 한자로 쓰면 ‘出埃及記’이며 출애급기가 되어야 하는데, 어쩌다 보니 ‘애급’이 ‘애굽’이 되었다. 하느님이 하나님이 된 것처럼 부르다 보니 그렇게 되었겠지 뭐. 여튼 여기서 ‘애급埃及’이란 중국어로 ‘아이지Āijí‘, 이집트를 일컫는다. 이집트가 ‘아이지’가 되고 이를 한자음 애급으로 읽어, ‘애굽’이라는 기묘한 말이 탄생했다. 지금도 중국에서는 이집트를 ‘아이지’라고 한다. 헌데 우리는 애급이건 애굽이건 당최 어딘지 알 수가 없다. 그러다 보니 <출애굽기>가 마치 신화 같은 이야기라고 생각하기 쉽다. ‘바로’라는 악독한 … Read more

(건물)주찬양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사건은 갑작스럽고 대응은 미숙하기 마련이다. 아마 죽는 날까지 그렇겠지.  지난주 갑작스럽게 불어닥친 사건은 적잖이 내 삶을 흔들어댔다. 덕분에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첫째, 좁아터진 속알머리로는 전사가 되기는 글렀다는 점. 적어도 기습에는 턱없이 취약하여 쓰린 속을 붙잡고 한참이나 끙끙대야 했다. 둘째, 잘 싸우는 것만큼 상처에 대처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는 점. 완벽한 승리는 없으니 얼마간의 피해는 ‘미리’ 감수해야만 한다. 셋째, 본디 싸움의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는 점.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상대의 승리를 막기 위해, 더 정확히는 … Read more

돌을 던지고 침을 뱉겠다고?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저녁에(夕) 부르는 소리(口), 이름을 뜻하는 한자 ‘명名’은 이렇게 만들어졌다. 어두워 상대를 분간할 수 없을 때, 이름은 존재를 드러내는 중요한 수단이 된다. 이렇게 ‘이름’이란 까마득한 옛날부터 존재에 대한 질문을 함축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이름에는 이런 질문이 함께 섞여 있다. ‘너는 누구냐?’ 공자는 이름과 존재가 따로 떨어져 있으면 안 된다고 말한다. 이것이 바로 ‘정명正名’이다. 그렇게 이름과 존재가 서로 들어맞는 것을 일러 ‘명실상부名實相符’라 한다. 여기서 이름과 짝을 이루는 것이 ‘실實’이라는 점이 흥미롭다. ‘실’이란 열매를 말한다. 속이 … Read more

성性스런 것들의 쌍스런 세상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성기호설性嗜好说, 풀이하면 성性의 기호嗜好에 대한 학설이다. 무슨 해괴한 소리인가 싶지만 그래도 조선의 대유大儒로 손꼽히는 다산의 말이다. 다산이 이런 신박한 조어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것은 서학西學을 학습했기 때문이다. 마테오 리치는 <천주실의>에서 인간만이 영혼靈魂을 가지고 있으며, 이 때문에 이성적 판단이 가능하다 보았다. 다산은 그의 논의를 빌어 인간의 성기호性嗜好란 바로 선에 대한 기호라 주장한다. 참 재미없는 주장이다. 그저 맹자의 성선설性善说을 다르게 말했을 뿐이다. 인간의 기호嗜好를 이리 단순히 말하다니. 잘 알려져 있듯, 다산은 천주학의 세례를 받았으며, 또한 유가의 토양에서 … Read more

어쩌다보니 여기에 와 버렸다

[ 기픈옹달 ] :: 경치는 소리 // 작당모임은 어느날 불현듯 시작하기 마련이다. 어쩌다보니 글쓰기를 하자는 이야기가 나왔고, ‘파르티잔’이라는 이름도 뚝딱 지어졌다. 아, 첫 이름은 ‘빨치산’이었지만 이내 좀 고상한 이름으로 바꾸기로 했다. 파.르.티.잔. 첫 시간 안내문이 올라왔다. “세상의 형식과 친하지 않더라도 자신만의 글쓰기를 추구하겠다는…” 부담 되는 말이다. ‘세상의 형식’과 친한 것은 둘째치고, 세상의 형식이 뭔지 좀 배우고 익혔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이른바 부와 명예는 세속의 문법 속에 있는 거 아닌가? ‘자신만의 글쓰기’도 뭔지 모르겠다. 글을 쓰다보면 어느 문장은 나의 것이 아닌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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