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있는 것들

[ 미미 ] :: 루쉰 잡감 // 이것도 삶이야 1930년대 상하이. 어느 여름 날 루쉰은 밤중에 잠에서 깨어나 이렇게 말했다. “살아야겠소. 무슨 말인지 알겠소? 이것도 삶이야. 주변을 둘러보고 싶소.” 그가 둘러봐야겠다는 주변은 다름 아닌, 늘 잠이 들고 잠이 깨는 곳 그리고 지금은 아파 누워있는 자신의 방이다. 고작해야 자신의 방. 누구에게나 자신의 방은 아무렇지도 않은 장소다. 잠이 들기 전 되는대로 읽던 몇 권의 책, 겨우내 덮어서 내 몸과 같아진 이불, 낮이고 밤이고 쳐놓은 커튼의 무게까지 그저 그런 낡은 일상과 같은 방. … Read more

이런 엔딩 2

[ 미미 ] :: 루쉰 잡감 // 죽음들 죽음에 대한 말을 하는 것은 경박하다. 왜냐하면 죽음은 너무도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이다. 죽음을 무겁게 생각하게 되는 몇 가지 감정은, 죽음으로 인한 두려움과 슬픔이다. 내가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과 남이 없어진다는 것에 대한 슬픔, 이 두 가지를 감당하기 힘들기에 죽음은 그토록 입에 올리기 어려운 말일 것이다. 그럼에도 죽음에 대한 몇 마디 말을 남기고 싶은 것은 죽음을 좀 다르게 생각해보고 싶어서다. 대학교 때, 친구의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죽었다. 우리가 2학년이었으니 연년생인 동생은 스무살이었겠다. 비통한 표정으로 … Read more

이런 엔딩

[ 미미 ] :: 루쉰 잡감 // 너는 너무 부정적이야 사물과 사람을 볼 때 좋은 점을 잘 보지 못한다. 보지 못 하는 것이 아니라, 단점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케일이 큰 사람 축에는 못 드는 편이라 그럴 것이다. 책을 읽어도 사람들을 만나도 온통 딴지걸 것 투성이였다. 이런 부정적인 면이 좋게 받아들여지는 일은 별로 없기에 고쳐야 하나 고민했지만, 이런 성향은 고쳐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서 그냥저냥 지내왔다.  이런 성질은 어떤 면에서 인문학 공부에 맞기도 하고 맞지 않기도 하다. 인문학 공부는 공부를 … Read more

시시콜콜한 이야기

[ 미미 ] :: 루쉰 잡감 // 말 위에서 쓰다 루쉰이 일기를 썼다. 보통 일기는 하루를 기억하고 기록하기 위해서지만 이번에는 잡지에 투고할 요량으로 썼다. 남에게 보이기 위한 일기를? 원래 일기는 혼자 보려고 쓰는 거 아니었나? 그러고 보니 제목도 이상하다. 원제가 「마상 일기(馬上日記)」라 되어있다. 말 위에서 쓰는 일기라니. 내용은 더 이상하다. 불과 몇 달 전, 『화개집』에서 북경여사대 사건으로 천시잉 교수와 싸울 때와는 딴판이다. 음식이야기, 위장병 때문에 약 타러 갔을 때 생긴 일, 아껴먹고 있는 곶감사탕이나 집안일을 봐주는 아줌마와의 신경전, 밀린 월급 … Read more

1² 되기

[ 미미 ] :: 루쉰 잡감 // 이번 생은 글렀어요 이 이야기는 쓸쓸하고 적막한 이야기가 될 것이다. 벌써 제목에서부터 체념과 회환의 기운이 서려있지 않은가 왜. 내가 다소 과장된 ‘글렀다’는 표현을 쓴 것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무료와 환멸. 요 근래 내 상태다. 무료는 아내와 엄마 역할이 사라진 자리에 찾아왔다. 일종의 적적함이 울적함이 된 경우다. 환멸은 이런 저런 일로 인해 인간에 더 이상의 기대 없음을 입증하는 상태다. 이렇게 된 원인은 있다. 하지만, 몇 가지 원인을 가지고 관계에 대한 가치가 무너진 현재 … Read more

버터 바른 빵이 되지 않기 위해

[ 미미 ] :: 루쉰 잡감 // 루쉰과 파레시아 수년 간, 루쉰, 루쉰하고 다니니 주변에서 물었다. 루쉰이 왜 좋니? 그러게. 나는 루쉰이 왜 좋을까. 싸움과 복수, 무료와 환멸같이 남들이 잘 말하지 않는 진실하고 그렇기에 독한 소재들 때문에? 아니면, 그럼에도 글 속에 숨은 풍자와 웃음을 잃지 않는 그의 글쓰기 태도 때문에? 둘 다 맞겠지만 한 마디로 말하면, 문학과 문학 아닌 것 어디쯤에 위치한 루쉰의 글쓰기 때문이다. 앞의 말을 증명하려면, 우선 문학과 문학 아닌 것에 대한 정의를 내려야겠지만, 지금 하고 싶은 얘기는 … Read more

슬기로운 미용 생활

[ 미미 ] :: 루쉰 잡감 // 나의 미용 생활 머리카락 이야기를 쓰려니 내 생애 가장 비싼 미용실에 다니던 때가 생각난다. 강남 모처에 있는 그 미용실은 근방의 다른 미용실과 비교해 봐도 그중 비싸기로 유명한 집이었다. 물론 장점도 있다. 그곳은 다른 건 몰라도 머리 하나 자르는데 온갖 정성을 다 들였다. 여기서 온갖 정성을 들인다는 것은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것과 비례한다. 그러니까 주기적으로 ‘외쿡’에서 연수받고 오신 원장님이 최신식 스타일로 머리카락을 한 올 한 올, 그야말로 오랜 시간에 걸쳐 정성을 다해 잘라준다. 오랜 … Read more

같잖은 글, 같잖은 보헤미안 랩소디

[ 미미 ] :: 루쉰 잡감 // 가는귀와 보헤미안 랩소디 언제부터인지 목소리가 커졌다. 물론 목소리가 큰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과거를 생각해보면 초등학교 때부터 목소리가 크고 또렷하다고 각종 발표를 도맡아 했다. 목소리가 크다는 것이 자랑스러울 것까지는 없었지만 장점 정도는 되다가, 요 근래 들어 목소리가 큰 데 대한 타박을 자주 받곤 한다. 이른바 가는귀가 먹은 것이다. 내 ‘가는귀 먹음’에 크게 일조한 것은 영국 그룹 ‘퀸’이다. 내가 단연코 이렇게 주장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청소년 시절부터 대학시절 내내 퀸의 노래를 하루 종일 … Read more

루쉰이 이 글을 좋아할까?

[ 미미 ] :: 루쉰 잡감 // 재미와 의미. 티비앤 광고가 아니다. 이것은 내 삶의 모토였다. 재미와 의미 두 마리 토끼를 잡으며 사는 삶. 살만했다. 그렇게 재미와 의미를 끝없이 교환하면서 살아도 좋았을 어느 날, 삶에 질문이 생겼다. 왜 이렇게 허무한가. 내가 집중했던 자녀교육, 종교, 사람들과의 모임과 취미생활 이 중 어느 것 하나 소홀히 한 것은 없었다. 그러나 그 끝은 언제나 허무했다. 나는 그 이유를 몰라 당황했다. 삶에 질문이 생긴 일은 고통스러웠다. 그러나 그건 어떤 의미에서 좋은 일이었다. 더 이상 허무해지지 … Read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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