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세이

짧은 치마 입고, 너나 해!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여기 하나의 그림이 있다. 그림 안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한다. 한 명의 여성은 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 한 명은 그마저도 아예 입고 있지 않다. 19세기 프랑스 회화에서 여성의 누드는 흔한 소재였다. 그런데도 이 그림은 많은 조롱과 함께 살롱에서 낙선했다. 낙선전에 이 그림이 걸렸을 때는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으며, 논쟁의 불씨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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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와 수졸에 대하여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풍월로 이름만 겨우 알고 있던 중국 소설 <홍루몽>을 친우들과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첫 시간부터 흥미로운 문장들을 만났다. <홍루몽>에 담긴 어마어마한 의미에 대해서는 홍학(홍루몽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문)에 맡기고 그저 사사로운 문장 몇 개를 형편에 맞게 곱씹어보려 한다. “과묵하여 말이 적으니 사람들은 장우藏愚라고 불렀고, 분수를 지키고 때를 따르니 스스로 수졸守拙이라 했다.” <홍루몽>에서 한 인물을 묘사하면서 나온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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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은 과연 리얼한가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성이론 실천가인 게일 루빈은 자신의 삶에서 두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 한 번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 두 번째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S/M(사도/마조히즘)이라고 밝히는 커밍아웃이었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할 때까지 게일 루빈은 활발한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당연히 첫 번째 커밍아웃은 페미니즘 공동체 안에서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S/M성향을 밝힌 두 번째 커밍아웃이었다. 게일 루빈이 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뒤에 이루어졌음에도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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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달라니, 롄수

[ 미미 ] :: 루쉰 잡감 // 똑똑한 사람을 보는 일은 즐겁다. 뭐 하나 명쾌하지 않은 세상에서 저리도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 할 수 있다니. 확실한 글을 쓰는 이는 부럽다. ‘이렇다’고 쓰려니 ‘저렇다’가 걸려서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니. 잊어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프다. 잊어달라는 말은 말하는 당사자가 아닌, 이 말을 들을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에. 나에겐 롄수가 그렇다. 죽음이 좋은 일이 되는 사람이 있다. 현세에서 살아봤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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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영화는 가능할까

[ 준민 ] :: 줌인준민 // 곤궁의 영화. 김응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 <우경>을 이렇게 부른다. 감독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우경’을 촬영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우경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둠 속에서 그의 뒷모습을 수동적으로 찍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 곤궁함이 영화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검은 초상 영화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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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 유지비용에 대하여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화장실만 빼고 다 은행 거예요.” 한 드라마에서 집 좋다며 둘러보는 선배에게 후배가 한 말이다. 번듯한 직장에 번듯한 외양을 갖춘 그녀가 살만 한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80%가 대출이라는 의미.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이 대체로 그렇듯이, 내용은 가난한 자를 설정했더라도 사는 곳은 꽤나 멋스럽게 보여주고, 중산층 가정의 집을 묘사하면서도 호텔급 인테리어가 나오는 비현실적인 차원을 보여주는 것이 보통이다. 드라마니까. 드라마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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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도 우리처럼

[ 지니 ] :: 인문학, 아줌마가 제일 잘한다! // 추석연휴, TV에서 한국 영화를 보았다. 서번트증후군(savant syndrome)을 갖고 있는 지우의 법정 증언 드라마 ⟪증인:Innocent Witness⟫이다. 서번트는 전반적으로는 정상인보다 지적 능력이 떨어지나 특정 분야에 대해서만은 비범한 능력을 보이는 사람을 일컫는다. 옆집 할아버지가 살해되는 장면을 우연히 목격한 지우는 살인사건 피의자의 변호인 측 증인으로 세워진다. 살인을 목격한 사람이 살인을 부인하는 쪽을 변호하게 된 것이다. 변호인은 사건을 목격한 지우가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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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디 노바디

[ 미미 ] :: 루쉰 잡감 // 나는 강남 아줌마다? 가끔씩 이런 제목을 쓰고 나면 묻고 싶다. 강남이란 무엇이고 강남 아줌마와 강남 아줌마 아님을 가르는 기준은 무엇일까. 강남에 산다고 강남사람인가. 아니면, 강남적 욕망을 가진 모든 사람이 강남사람인가. 그러나 다음에 생각하자. 지금은 조국 때문에 마음이 부산스럽다. 그렇다. 조국 때문이다. 그 사람 때문에 나라가 시끄럽기도 하지만 내 마음이 더 시끄럽다. 왜냐하면 조국 딸이 밟았던 과정은 나와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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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 입고, 너나 해!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여기 하나의 그림이 있다. 그림 안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한다. 한 명의 여성은 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 한 명은 그마저도 아예 입고 있지 않다. 19세기 프랑스 회화에서 여성의 누드는 흔한 소재였다. 그런데도 이 그림은 많은 조롱과 함께 살롱에서 낙선했다. 낙선전에 이 그림이 걸렸을 때는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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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와 수졸에 대하여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풍월로 이름만 겨우 알고 있던 중국 소설 <홍루몽>을 친우들과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첫 시간부터 흥미로운 문장들을 만났다. <홍루몽>에 담긴 어마어마한 의미에 대해서는 홍학(홍루몽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문)에 맡기고 그저 사사로운 문장 몇 개를 형편에 맞게 곱씹어보려 한다. “과묵하여 말이 적으니 사람들은 장우藏愚라고 불렀고, 분수를 지키고 때를 따르니 스스로 수졸守拙이라 했다.” <홍루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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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은 과연 리얼한가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성이론 실천가인 게일 루빈은 자신의 삶에서 두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 한 번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 두 번째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S/M(사도/마조히즘)이라고 밝히는 커밍아웃이었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할 때까지 게일 루빈은 활발한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당연히 첫 번째 커밍아웃은 페미니즘 공동체 안에서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S/M성향을 밝힌 두 번째 커밍아웃이었다. 게일 루빈이 학자로서 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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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달라니, 롄수

[ 미미 ] :: 루쉰 잡감 // 똑똑한 사람을 보는 일은 즐겁다. 뭐 하나 명쾌하지 않은 세상에서 저리도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 할 수 있다니. 확실한 글을 쓰는 이는 부럽다. ‘이렇다’고 쓰려니 ‘저렇다’가 걸려서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니. 잊어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프다. 잊어달라는 말은 말하는 당사자가 아닌, 이 말을 들을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에. 나에겐 롄수가 그렇다. 죽음이 좋은 일이 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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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영화는 가능할까

[ 준민 ] :: 줌인준민 // 곤궁의 영화. 김응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 <우경>을 이렇게 부른다. 감독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우경’을 촬영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우경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둠 속에서 그의 뒷모습을 수동적으로 찍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 곤궁함이 영화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검은 초상 영화는 크게 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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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성 유지비용에 대하여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화장실만 빼고 다 은행 거예요.” 한 드라마에서 집 좋다며 둘러보는 선배에게 후배가 한 말이다. 번듯한 직장에 번듯한 외양을 갖춘 그녀가 살만 한 집이라고 생각했지만 80%가 대출이라는 의미. 드라마에 등장하는 집이 대체로 그렇듯이, 내용은 가난한 자를 설정했더라도 사는 곳은 꽤나 멋스럽게 보여주고, 중산층 가정의 집을 묘사하면서도 호텔급 인테리어가 나오는 비현실적인 차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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