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에세이

나는 조국이 아니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얼마 전 우연히 노회찬과 그의 부모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북에서 피난 온 노회찬의 부모는 부산 피난시절에도 단칸방에 살면서 오페라와 영화를 보러 다녔고, 나중에는 사진을 좋아하여 집에 암실까지 두었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였고 문화예술을 사랑했다던 그의 아버지는 1956년에 태어난 노회찬에게 어린 시절 첼로를 가르쳤다. 금전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를 아버지에게 배웠을 거라 추측하는 글도 읽었다. 그 글을 읽으며, 머리가 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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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결국 고래를 죽인다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있었다. 책을 읽진 않았는데 제목은 또렷이 남는 책이다. 칭찬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칭찬을 남발하게 했던 제목. 나도 대화 중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하면서 몇 번은 써먹었을지 모른다. 기억난 김에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2002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고, 최근에도 스페셜 에디션이 나올 만큼 인기있는 책인가 보다. 출판사 서평을 조금 훑어보았다. 주인공은 무게가 3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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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힙’하지 않은 글

[ 미미 ] :: 루쉰 잡감 // 나는 천성이 좀 게으르고 한량끼가 있어 먹고 놀면서 취미생활이나 하며 살면 되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책은 좋아해서 작은 서점이나 하나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한평생을 보내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런 생각은 동네 서점이 망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어쩐지 동네 서점을 생각하면 늘 겨울이다. 우리 집 길 건너에 있던 서점을 겨울에만 갔을 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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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 입고, 너나 해!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여기 하나의 그림이 있다. 그림 안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한다. 한 명의 여성은 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 한 명은 그마저도 아예 입고 있지 않다. 19세기 프랑스 회화에서 여성의 누드는 흔한 소재였다. 그런데도 이 그림은 많은 조롱과 함께 살롱에서 낙선했다. 낙선전에 이 그림이 걸렸을 때는 다시 한 번 관심을 받으며, 논쟁의 불씨가 살아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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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와 수졸에 대하여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풍월로 이름만 겨우 알고 있던 중국 소설 <홍루몽>을 친우들과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첫 시간부터 흥미로운 문장들을 만났다. <홍루몽>에 담긴 어마어마한 의미에 대해서는 홍학(홍루몽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문)에 맡기고 그저 사사로운 문장 몇 개를 형편에 맞게 곱씹어보려 한다. “과묵하여 말이 적으니 사람들은 장우藏愚라고 불렀고, 분수를 지키고 때를 따르니 스스로 수졸守拙이라 했다.” <홍루몽>에서 한 인물을 묘사하면서 나온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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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은 과연 리얼한가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성이론 실천가인 게일 루빈은 자신의 삶에서 두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 한 번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 두 번째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S/M(사도/마조히즘)이라고 밝히는 커밍아웃이었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할 때까지 게일 루빈은 활발한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당연히 첫 번째 커밍아웃은 페미니즘 공동체 안에서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S/M성향을 밝힌 두 번째 커밍아웃이었다. 게일 루빈이 학자로서 명성을 얻은 뒤에 이루어졌음에도 두 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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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어달라니, 롄수

[ 미미 ] :: 루쉰 잡감 // 똑똑한 사람을 보는 일은 즐겁다. 뭐 하나 명쾌하지 않은 세상에서 저리도 똑부러지게 자기 생각을 말 할 수 있다니. 확실한 글을 쓰는 이는 부럽다. ‘이렇다’고 쓰려니 ‘저렇다’가 걸려서 주저하지 않을 수 있다니. 잊어달라고 말하는 사람은 아프다. 잊어달라는 말은 말하는 당사자가 아닌, 이 말을 들을 상대방을 위한 것이기에. 나에겐 롄수가 그렇다. 죽음이 좋은 일이 되는 사람이 있다. 현세에서 살아봤자 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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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자에 대한 영화는 가능할까

[ 준민 ] :: 줌인준민 // 곤궁의 영화. 김응수 감독은 자신의 영화 <우경>을 이렇게 부른다. 감독은 선천적 시각장애인인 ‘우경’을 촬영하는데 어려움을 느꼈다. 우경이 무엇을 보고, 듣고, 느끼는지 전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감독이 할 수 있는 거라곤 “어둠 속에서 그의 뒷모습을 수동적으로 찍는 것”밖에 없었다. 그러나 감독은 그 곤궁함이 영화를 더 풍요롭게 만든다고 말한다.   검은 초상 영화는 크게 두 파트로 나뉜다. 첫 번째는 우경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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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조국이 아니다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얼마 전 우연히 노회찬과 그의 부모에 대한 글을 읽었다. 이북에서 피난 온 노회찬의 부모는 부산 피난시절에도 단칸방에 살면서 오페라와 영화를 보러 다녔고, 나중에는 사진을 좋아하여 집에 암실까지 두었다고 한다. 도서관 사서였고 문화예술을 사랑했다던 그의 아버지는 1956년에 태어난 노회찬에게 어린 시절 첼로를 가르쳤다. 금전보다 예술을 사랑하는 태도를 아버지에게 배웠을 거라 추측하는 글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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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은 결국 고래를 죽인다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라는 책이 있었다. 책을 읽진 않았는데 제목은 또렷이 남는 책이다. 칭찬이 만병통치약인 것처럼 칭찬을 남발하게 했던 제목. 나도 대화 중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잖아!” 하면서 몇 번은 써먹었을지 모른다. 기억난 김에 검색해서 찾아보았다. 2002년에 우리나라에 번역되어 나왔고, 최근에도 스페셜 에디션이 나올 만큼 인기있는 책인가 보다. 출판사 서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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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힙’하지 않은 글

[ 미미 ] :: 루쉰 잡감 // 나는 천성이 좀 게으르고 한량끼가 있어 먹고 놀면서 취미생활이나 하며 살면 되는 사람이었다. 어쩌다 책은 좋아해서 작은 서점이나 하나 하면서 읽고 싶은 책이나 실컷 읽으며 한평생을 보내면 더없이 좋겠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 애석하게도 그런 생각은 동네 서점이 망해나가는 것을 지켜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어쩐지 동네 서점을 생각하면 늘 겨울이다. 우리 집 길 건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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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치마 입고, 너나 해!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여기 하나의 그림이 있다. 그림 안에는 두 명의 여성과 두 명의 남성이 등장한다. 한 명의 여성은 거의 옷을 입고 있지 않으며, 나머지 한 명은 그마저도 아예 입고 있지 않다. 19세기 프랑스 회화에서 여성의 누드는 흔한 소재였다. 그런데도 이 그림은 많은 조롱과 함께 살롱에서 낙선했다. 낙선전에 이 그림이 걸렸을 때는 다시 한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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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우와 수졸에 대하여

[ 아라차 ] :: 철학감수성 – 아라차의 글쓰기 실험 // 풍월로 이름만 겨우 알고 있던 중국 소설 <홍루몽>을 친우들과 같이 읽기 시작했는데, 첫 시간부터 흥미로운 문장들을 만났다. <홍루몽>에 담긴 어마어마한 의미에 대해서는 홍학(홍루몽을 전문으로 다루는 학문)에 맡기고 그저 사사로운 문장 몇 개를 형편에 맞게 곱씹어보려 한다. “과묵하여 말이 적으니 사람들은 장우藏愚라고 불렀고, 분수를 지키고 때를 따르니 스스로 수졸守拙이라 했다.” <홍루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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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은 과연 리얼한가

[ 삼월 ] :: 밑도 끝도 없이 // 미국의 인류학자이자 성이론 실천가인 게일 루빈은 자신의 삶에서 두 번의 커밍아웃을 했다. 한 번은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 두 번째는 자신의 성적 성향을 S/M(사도/마조히즘)이라고 밝히는 커밍아웃이었다. 레즈비언으로 커밍아웃할 때까지 게일 루빈은 활발한 페미니즘 이론가이자 활동가였다. 당연히 첫 번째 커밍아웃은 페미니즘 공동체 안에서 따뜻하게 받아들여졌다. 문제는 S/M성향을 밝힌 두 번째 커밍아웃이었다. 게일 루빈이 학자로서 명성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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